교회는 매년 2월 2일, 성탄 후 40일을 지낸 후 맞는 주님 봉헌 축일을 ‘봉헌생활의 날’로 지낸다. 아기 예수를 성전에 바친 것을 기념하는 이날을 교회가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기념하는 것은 수도회와 사도생활단, 재속회, 은수생활단과 동정녀회 등에 몸담고 세상에 하느님을 증거하고 예수님의 삶을 따라 살아가는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축성봉헌생활을 하고 있는 교회 안의 사람들은 비록 그 존재가 세속적인 의미로 이름을 떨치지 않을지라도 교회와 신앙의 삶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들이며, 누룩과 소금과 같은 존재로서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이들이다.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는 봉헌생활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교회가 축성봉헌생활을 일컬어 “예수님의 실존과 활동의 기념비”(봉헌생활 22)라고 말했다며 봉헌생활을 살아가는 이들은 세상에 하느님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그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수도자들의 삶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일반 사람들과 동떨어져 특이한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봉헌생활은 결코 일반 신자들과 동떨어진 특별한 삶이 아니다. 왜냐하면 수도자들의 삶은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면서 세상에 하느님을 증거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본분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릇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처럼 수도자들이 이상으로 삼는 예수님의 삶을 똑같이 그 삶의 모범으로 삼고 실천하기 위해서 평생을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모든 신자들은 수도자들과 똑같은 신앙의 모범을 따를 것을 세례 때에 서약하며, 평생에 걸쳐 그 서약을 지켜나가야 하는 신앙의 의무와 특권을 지닌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수도자들이 교회 안에 그 보화를 키우고 간직하는 소중한 역할을 지니고 있다.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수도자들은 예수님의 ‘실존과 활동’을 세상에 선포하고, 전하며,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의 소명의 모범이며, 그 모범으로써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의 삶과 사랑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수도자들에게 요청되는 몫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봉헌생활을 선택하는 성소는 점점 더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모든 신자들이 수도자들이 전하는 모범적인 봉헌생활의 정신을 따라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부족한 봉헌생활 성소를 증진할 수 있는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