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유명 출판사에서 동시집에 주는 상을 제정했다. 동시상으로는 유일하다시피 해서 시를 쓰는 동인들끼리 함께 ‘김칫국부터 마시며’ 즐거워했다. 상금을 받으면 뭘 할지도 이야기했는데 한 분의 계획이 뜻밖이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그 분은 작품에서 얻은 첫 열매는 하느님께 바치겠다고 늘 다짐해왔다며 전액을 교회에 헌금할 것이라 했다. 상금은 천만원이었다.
문득 꼬박꼬박 십일조를 헌납하는 내 주변의 교회 신자들이 생각났다. 가장 먼저 떠오른 이는 할머니집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옆방에 잠시 세 들어 살던 언니다. 할머니에게 전해 듣길 봉제 공장을 다니는 그 언니는 월급 50만원을 받아 5만원을 교회에 헌금하고, 방세를 낸 나머지는 모두 모은다고 했다. 언니는 긴 치마 한 벌로 한 계절을 났다. 화장실에는 제일 값싼 비누와 치약이 놓여 있었고 주전부리 한 번 먹는 걸 보지 못했다.
부자든 가난한 이든 일률적으로 십일조를 내는 건 불공평하다. 그들의 돈으로 교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따져본다면 더욱 회의가 든다. 하지만 ‘과부의 헌금’을 바치는 지극한 마음들 앞에 나는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설령 그것이 제도교회가 강요한 헛된 믿음에 따른 행동이라 해도 그렇다.
교무금을 내지 않아도 아무런 불편 없는 성당에 다니는 덕에 고백하건데 내 교무금은 꽤 밀려 있다. ‘세후 소득’의 십분의 일을 교무금, 헌금, 각종 후원금으로 채우겠다는 다짐은 점점 이십분의 일, 삼십 분의 일로 줄어든다. 소득이 조금씩 늘어난 만큼 어김없이 지출도 따라 늘어났는데 기부금만 몇 년째 그대로다.
연말정산의 시즌이다. 미리 많이 거둬 간 탓에 돌려주는 세금인데도 괜히 공돈처럼 느껴져 흐뭇해지지만 이번에는 밀린 교무금부터 내야겠다. 우선 카이사르에게 돌려받은 것이나마 교회에 내고, 하느님께 돌려 드릴 것들을 다시 정리해 봐야겠다. 내 주변에 가장 시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부터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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