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
영원한 생명을 얻는 법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이다. 큰 부자였던 젊은이는 이 말씀을 듣고 무척 마음이 괴로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혹시 예수님의 “있는 것을 다 팔아 나누어 주어라”는 말씀에 마음이 괴로워지지는 않는가.
“나누어 주어라”는 말씀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이유는 소유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의 법칙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유를 하느님보다도 위에 두는 세상이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기보다 어렵다. 매일 기도를 바치고 열심히 미사를 봉헌하고 착하게 살아도 가진 것을 나누지 않으면 주님을 따를 수 없다는 말에 슬퍼진다면 우리 역시 ‘부자 청년’이다.
고시생들이 가득한 독서실도 ‘부자 청년’이 많은 곳이다.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니 정확히는 ‘내’가 합격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나눔이나 봉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 청년이 이런 고시생들도 선뜻 자신의 것을 나누게 했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진 펜을 모아 남미의 가난한 어린이에게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펜들이 가난한 어린이에겐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그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리면 ‘나눔’이 됐다. 정말 별것 아닌 작은 나눔이었지만 나눔이 사실 마음 괴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해외원조주일이다. 작은 나눔부터 시작해보자. 하루쯤 걸러도 그만인 커피를 몇 잔 줄이고, 한 번쯤 빠져도 그만인 술자리를 몇 번 줄여 해외원조기금으로 낸다면 그 작은 나눔이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희망이 된다. ‘부자 청년’은 마음이 괴롭지만,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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