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명의 행진 March for Life’은 평소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보편적인 뜻이 한 번에 집약된 장으로 더욱 빛났습니다. 특히 이 행진이 지속되도록 힘을 실어준 원동력이 바로 신앙임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미국 ‘생명의 행진’에 참가한 김준일 교수(프로라이프 교수회·연세대)는 “생명의 행진에 참가한 이들의 목소리에는 매우 구체적인 삶의 내용과 방향, 영적 메시지 등이 담겨, 끊임없는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국 프로라이프 운동가들이 공식적으로 미국 ‘생명의 행진’에 참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으로 인해 예년보다 3일 늦은 1월 25일에 열린 ‘생명의 행진’에는 ‘프로라이프 교수회’ 김준일 교수와 ‘프로라이프 청년회’ 안병욱 전 회장이 ‘프로라이프 연합회’(회장 차희제)의 지원으로 참석했다.
귀국 직후 곧바로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한 김 교수는 “우선 해마다 수십만 명이 구호를 외치며 거리에 나서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러한 ‘생명의 행진’이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알고 싶어 행진에 참가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생명의 행진’에서 만난 사회 각계 참가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계속 던졌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지속적인 행진을 통해 이끌어낸 대표적인 변화로 위기임신 여성들을 돌보는 센터의 운영을 꼽았습니다. 이 센터 운영을 통해 지난 한 해에만 전체 낙태율의 5%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가톨릭교회를 비롯한 미국 프로라이프 운동가들은 현재 미혼모 상담과 지원을 담당하는 ‘가브리엘 프로젝트’와 아기 양육과 상담 등을 지원하는 ‘엘리자베스 프로젝트’, 낙태 시술을 직접적으로 막는 상담 등을 이어가는 ‘벌싱 앤드 케어 프로그램’ 센터 수천 개를 전국적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김 교수는 이러한 상담과 양육 지원 센터가 전액 자발적인 후원금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만으로 꾸려진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센터 운영을 위해 한 해 평균 7만여 명 이상의 봉사자들이 나서고 있으며, 한 해 아기와 임산부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비용은 1조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일상생활 안에서 죽어가는 아기들을 기억하며 꾸준히 모금에 나서는 미국 그리스도인들의 생활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김 교수는 또한 “생명운동을 펼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가치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확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명의 대행진’이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은 기성세대들이 가정, 학교, 교회에서든 생명의 가치를 전한 덕분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김 교수는 “특히 그리스도인들의 생명운동은 신앙고백의 한 형태로 이뤄지기에 보다 즉각적인 참여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 그러한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사제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이 낙태라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해 결판을 내려는 단호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한 가장 첫걸음은 우선 죽이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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