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가장 심각한 악법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모자보건법이 제정된지 40년이 지났다. 모자보건법은 모성의 보호와 자녀의 건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라는, 제목이나 법의 기본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폐기하는 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톨릭교회는 모자보건법의 폐지, 특히 인공 임신 중절의 허용 요건을 광범위하게 규정해둠으로써 독소 조항이 되고 있는 제14조의 삭제를 지금까지 강력하게 요구해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정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를 비롯한 한국교회내 유관 기구들은 사순기간 동안 생명 문화 건설을 위한 40일 기도를 바치고, ‘생명을 위한 미사’를 봉헌키로 하는 등 신자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생명운동을 올해에도 펼칠 계획이다.
낙태를 반대하는 생명 수호의 목소리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높아져 왔던 것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미국의 프로라이프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낙태가 합법화된 것은 한국에서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같은 해, 거의 같은 시기이다.
1973년 1월 22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른바 ‘로 대 웨이드’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을 통해 낙태를 합법화했고, 이후 미국의 프로라이프 활동가들은 매년 쉬지 않고 수도 워싱턴 D.C.에서 시위를 벌이고 대법원 건물까지 워싱턴 시내를 가로질러 행진하면서 생명 수호의 기치를 높였다.
우리는 오늘날 극도로 세속화되고, 물질만능주의와 쾌락주의에 물든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우리는 생명 수호의 목소리가 과연 얼마나 크게 울려 퍼지고 있는지, 과연 얼마나 큰 영향과 반향을 불러오는지에 대해서 종종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따르고,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인간의 천부적인 권리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권리인 생명권이 가장 미약한 존재인 태아에게서 박탈되는 현실에 대해서 소홀할 수 없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모자보건법 40주년, 생명의 존엄성이 결정적으로 훼손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 폐기될 수 있도록 더욱 열정적인 운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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