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일학교 미사를 드린다. 아이들 목소리에 맞추어 성가를 부르고 전례문을 읽으면 어른들의 미사에서와는 또 다른 기쁨과 평화를 느낀다.
6년간 개근을 할 정도로 열심히 주일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이 절로 생각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어린이 성가 가사와 전례문이 또렷이 기억나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젖어든 과거의 느낌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익숙한 것들은 어른이 되어서까지 무의식중에 편안함과 친밀감을 준다. 내가 바흐의 음악과 중세 음악, 교회 음악을 좋아하는 까닭은 갓난아기 때부터 가장 익숙하게 접한 음악이 바로 성가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어느 때인가 깨달았는데 그건 내가 사투리를 쓰지는 않더라도 어릴 적 줄곧 경상도에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아이들은 어떤 문화와 가치관에 익숙할까. 지난주 주일학교 미사 강론에서 신부님이 아이들에게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을 물었다. 뜻밖에도 몇몇 아이들이 더러운 사람과 무식한 사람을 꼽았다. 내 어릴 적 또래 친구들은 잘난 척하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을 싫어했기에 같은 대답을 예상했던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더럽고 무식한 사람이란 결국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이웃일텐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없는 것일까. 아이들의 대답에서 약자를 패배자로 규정하는 성공 제일주의의 가치관을 확인했다면 지나친 걸까. 반대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람의 유형은 똑똑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오늘을 선사하고 있는지, 아이들이 기억하는 오늘은 어떤 모습일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이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삶을 지탱시킬 가치관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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