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와 교회사 안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시대를 이끌어간 어른 중의 한 분을 꼽는다면 단연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김 추기경의 선종 4주기를 맞으며 우리는 그가 남긴 정신과 문화적 유산들을 되새기고 기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인을 기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추모사업들을 통해서 그를 회고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며, 유지를 기리며 각종 자선 사업이나 문화 사업들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들과 함께 우리는 김 추기경에 대한 본격적인 학술적 연구가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김 추기경이 몸 담았던 시대와 그분의 사상과 행적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 전문적이고 본격적인 연구 작업이 충실하고 다각적으로 이뤄질 때에만 한국교회와 사회의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는 풍부한 영적 자양분과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이 지나온 한국 근현대 교회와 사회의 역사는 격동의 시간들이었고, 한국교회 역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김추기경이 지닌 일반 사회에서의 대중적 친밀도는 오히려 교회 안에서보다도 더 광범위한 것으로 보인다. 추기경에 대한 다양한 서적들도 출판되고 이런 저런 문화행사들도 마련되곤 했다. 하지만 문제는 김 추기경에 대한 장기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마련됐는지, 최소한 장기적인 연구 계획이 수립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유일하게 추기경의 영성에 대한 연구를 표방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부설 김수환추기경연구소가 그에 대한 학술적 연구의 진흥을 위한 계획을 의욕적으로 수립,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김 추기경이 차지하고 있는 한국 교회사 안에서의 비중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과제들을 고려할 때 한 연구소에만 모든 연구 작업들을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다.
김추기경에 대한 연구 작업은 다양한 각도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교회사와 신학은 물론, 역사학이나 사회과학적인 면에서의 통찰도 요구된다. 또한 김 추기경에 대한 연구는 추기경 개인에 대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그가 살아온 교회와 사회의 역사와 함께 맞물리기에 더욱 광범위한 연구 과제들이 수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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