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8일 교황직을 사임한다는 놀라운 소식은 전세계 교회에 충격을 주었고, 깊은 고뇌 끝에 내린 교황의 결단에 대해 우리는 깊은 존경심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상 선례가 없는 교황 사임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황 사임이 교회와 하느님 백성이 새롭게 자신을 돌아보고 필요하다면 쇄신의 노력을 배가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세속 언론들은 교황 사임을 음모와 암투 등 세속적 권력 투쟁이 표면화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보려는 흥미와 호기심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전통으로 이어지던 교황 종신직에 변화를 가져오고 새로운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준 교황 사임에 대해서, 그것이 참으로 하느님 백성의 선익을 위한 결단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교황은 자신의 사임에 대한 발표문 말미에서 “저의 무거운 직무를 저와 함께 져 쥔 여러분의 모든 사랑과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기도에 전념하며 하느님의 거룩한 교회를 온 마음으로 섬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교황 사임에 대한 메시지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는 “교황님을 영원한 우리의 목자로 기억하면서, 교황님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를 바쳐야 할 것이다. 특별히 우리는 고령으로 육체와 정신의 쇠약함에 직면해 교황직을 내놓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영육간의 건강을 비는 기도와 함께 지혜롭고 슬기롭게, 하느님의 뜻에 맞게 교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훌륭한 새 교황이 탄생하도록 간절한 기도를 바쳐야 할 것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으로 교회는 큰 변화를 맞게 됐다. 교황 스스로의 지향과 마찬가지로 교회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그리고 전통적이고 고유한 신앙 생활을 위협하는 온갖 문화적 경향이 만연한 가운데,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희망하고 원했던 새로운 교회의 면모를 모색하고 있다.
이 새로운 교회, 새로운 복음화를 수행해야 하는 가톨릭교회의 모색은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교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공의회가 발견했고, 보편교회에 제시한 교회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이 현대 세계와 사회 속에서 새로운 열의로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닐 수 없다. 교황의 사임 역시 바로 하느님의 뜻으로 충만한 역동적이고 활발한 교회의 모습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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