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번화가 벤 야후다 거리 인근 성 시몬과 성 안나의 집에서는 매일 오후 6시30분 히브리어로 저녁 미사가 봉헌된다. 이스라엘의 히브리어 가톨릭 공동체라 할 수 있는 ‘성 야고보 연합’이 마련하는 이 미사에는 유대인 가톨릭 신자들들이 주로 참례하지만 , 예루살렘을 찾은 외국 신자들도 자리를 함께 한다.
예루살렘 출장길에서 참례한 2월10일 주일 미사에는 50여 명의 신자들이 함께 했다. 미사 후에는 재의 수요일을 앞두고 성지 가지를 태우는 의식이 거행됐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참례한 이들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묵은 성지 가지들을 태우며 새로운 사순절의 다짐을 성가 속에 담았다.
이스라엘 총 인구의 1.9% 정도가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지만 순수 유대인들로서 신앙을 가진 이들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공동체가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주보성인이 사도 성 야고보라는 점도 공동체의 이면을 생각해 보게 한다. 사도 성 야고보는 예루살렘의 첫 주교로 알려져 있다. 50년경 열린 예루살렘 사도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유대인들도 성인을 크게 존경, ‘정의의 야고보’라는 이름까지 지어줬다고 한다. 그러나 62년경 야고보 성인은 신앙을 증거하다가 유대인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2000년이 지난 지금, 그 후손들이 야고보 성인을 주보로 삼으며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역설적인 모습이었다.
예루살렘 라틴총대교구 소속으로써 예루살렘과 이스라엘 6개 지역에서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성 야고보 연합은 자신들의 존재 목적이 ‘소수’로 살아가고 있는 유대인 신자들의 신앙을 돕고 보편교회와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 어느 곳 보다 화해 일치가 요구되는 이스라엘에서 증거자의 몫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앙 안에 하나되는 일치의 신비와 세상 곳곳에서 움터지고 있는 복음의 증거 모습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체험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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