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사임을 통해 교황직을 물러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월 28일 바티칸을 떠났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제 그곳에서 두 달간 머문 뒤, 교황이 아닌 ‘소박한 순례자’의 신분으로 바티칸으로 돌아와 기도와 신학 연구로 일생을 바치며 새로 탄생하는 교황에게 여느 하느님 백성과 마찬가지로 성심을 다해 순명하며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일할 것이다.
지난 2월 11일 사임을 선언하고, 28일 바티칸을 떠나기까지 우리는 그 순교자적 결의에 대해 놀라움과 함께 경탄을 금치 못했다. 비록 그의 재위 기간 동안 끊이지 않았던 교회 내의 다양한 문제들이 자칫 그의 업적과 위대함을 가리지는 않았는가 하는 견해도 없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교황으로서의 마지막 결단을 보여준 깊은 책임감과 소명의식은 그의 삶과 신앙을 되집어 보는데 지침이 될 것이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새 교황의 탄생을 위한 콘클라베에 집중되고 있다. 어느 콘클라베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수십 억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인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교황직에 어떤 인물이 선정되는가 하는 것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모든 하느님 백성들은 이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모든 추기경들에게 하느님 섭리에 대한 올바른 식별력을 허락해주시기를 성령께 기도드리게 된다.
이제 교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시대의 요청에 대한 교회와 성령의 응답이었던 것처럼, 어쩌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그리고 그러한 역사적 사건이 발생하도록 한 시대적 배경과 교회 안팎의 환경에 대한 성찰은 그대로 새 교황의 탄생, 그리고 새 교황이 타개해 나가야 할 시대적인 과제들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것이다.
오늘날 우리 시대와 사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필요했던 60년대 당시의 세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별히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교회가 세상과 대화를 나누고, 동시에 내적인 쇄신을 결연하게 다져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금 우리는 신앙의 해를 지내며, 부활의 시간을 준비하는 사순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특별히 이 시기에 자신의 사임을 준비한 것은 신앙의 해에 맞은 사순시기에 우리의 신앙 쇄신을 촉구한 것이며, 부활의 때에 맞게 될 새 교황이 새로운 시대와 교회를 열어갈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