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중·고생들을 위한 2박3일 피정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부모님들과의 관계에 관한 질문에 답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내와 함께 갔었습니다. 일정이 시작되기 30분 전에 도착해, 전날 밤 학생들이 무기명으로 써서 제출한 쪽지 질문 40여 개를 받았습니다. 그 쪽지들을 미리 읽어보는데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 졌습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 쪽지에 담긴 질문들, 그것은 중고생들이 부모들을 걱정하느라 힘겨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부모들이 자녀들을 걱정해야 할 텐데, 도리어 자녀들이 부모들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돈 때문에 왜 싸우세요?’ ‘둘 다 더 잘 낫다고 싸우세요?’ ‘싸울 거면서 왜 결혼하셨어요?’
‘부모님들이 부부 싸움 뒤에 말을 하지 않으면 나는 어떻게 해야 돼요?’ ‘아빠랑 거리감이 느껴지는 데 어떻게 해요?’ ‘공부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세요?’ ‘엄마랑 자주 부딪치는데 엄마는 내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요’….
신문지면에 나가도 괜찮을 듯 한 질문 몇 개만 옮겨보았습니다만, 차마 옮길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말해 주어야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해야 했습니다. 몇 개를 골라서 답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아이들의 마음에 들도록 이야기 하자 아이들이 기뻐했습니다. 결론을 내려주고 싶었습니다.
“모든 질문이 부모님들이 이렇게, 저렇게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여러분들이 원하는 데로 해주지 않으니까 슬프지요 그런데 왜? 부모님들만 여러분을 사랑해야 하나요? 내가 부모님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셔요”
마지막 소감 발표 시간에 한 아이가 무대 위에 나와서 ‘나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부모님을 사랑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하며 많이도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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