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그리 어렵지 않았던 자녀들을 훈육하는 일이 날이 갈수로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부모에게 순종하던 자식들이었지만 자식들 앞에서 입을 다물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집니다. 한 마디 말에서 화들짝 놀라야 되고 조금 강하게 닫는 방문 소리에 가슴이 철렁해집니다.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훈육을 해야 하는 숙제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나이가 사회통념 안에서 성인으로 불릴 나이가 되면서 귀가해야하는 통행금지 시각을 새벽 1시로 넉넉하게 늘려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아무런 통보도 없이 1시가 넘어버렸습니다. 걱정으로 시작했지만 배신감으로 발전했고 또 다시 걱정으로 변했습니다. 들어오기만 하면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올바른 훈육을 해야겠다고 벼르기 시작할 때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는 인간이란 이름만으로도 존중받아야 하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는 구절을 실제로 살아내야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성큼 성큼 아들 앞으로 다가가 아무 말 하지 않고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아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버린 아들을 덥석 끓어 안는 아버지의 행동에 어쩔 줄 몰라 쩔쩔 매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아들은 두 팔을 올려 아빠의 등을 감싸고 힘을 주었습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뛰는 가슴이 그대로 아들의 가슴에 전해졌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말없이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어서 가서 자라” 한마디만 했습니다. 아들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날 이 후 아들은 단 한 번도 통보 없이 맘대로 늦게 귀가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우리 부자가 말없는 포옹을 한 그날 밤 아버지의 머릿속 정해 놓았던 통행금지 시간을 지워버렸던 것이 결코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다는 확신은 날이 갈수록 더 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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