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가 박한 세상이다. 함무라비 법전이 강조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보복법의 원칙이 부지불식간에 자리 잡았다. 사랑이 꽃피던 교실에는 미움과 복수가 꿈틀거리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폭언을 듣는 등 교권을 침해당한 교사가 5년 새 64%나 증가했다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발표만으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에도 아들을 체벌했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비단 교실뿐 아니다. 길거리와 주거단지에서도 분노에 휩싸인 이웃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차를 가로막으면 바로 경적을 울리는가하면,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들끼리 앙숙이 되는 경우도 많다. 중국인들이 ‘사양하기를 좋아하여 다투지 아니한다(好讓不爭)’며 칭찬해 마지않았던 우리의 민족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용서는 교회가 강조하는 미덕 중 하나다. 많은 성경 구절에서도 ‘용서’를 이야기 한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에 주님께서도 강조하셨으리라 생각된다. 심지어 주님께서는 몸소 용서를 실천해 보이셨다. 자신에게 죽음의 고통을 준 인간을 용서하고 성령의 은총까지도 내려주셨다. 그분의 제자라고 자청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용서하는 마음을 갖지 않고서 과연 진정한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순 제5주일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예수 부활 대축일이 이제 코앞에 다가 왔다. 예수의 수난과 고통에 동참하는 이 시기에 어렵디 어려운 ‘용서’의 실천을 빼놓을 수 없다.
사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너희가 다른 사람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마태 6, 14-15)는 성경구절이 가슴에 한 글자, 한 글자 ‘콕콕’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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