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동북아 정세
최근 동북아는 영토분쟁 외에도, 역사인식의 문제, 북한 핵문제 등으로 심각한 긴장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물론 일본의 우경화, 미국의 전세계적 영향력의 쇠퇴뿐 아니라 중국의 부상이라는 지정학적 지각변동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동은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정학적 위치상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과 떨어질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물론이요, 정치, 경제, 문화에서 이들은 모두 한국의 미래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20세기 전반에는 일본이, 20세기 후반에는 미국이 한국의 ‘화두’로 자리했었다. 21세기 전반을 맞은 이 시기에는 중국이 한국에게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는 곧 한국사회에서 육화하고자 하는 한국교회 역시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대면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필자는 한국교회의 대외적 과제와 대내적 과제로써 다음을 주목하고자 한다.
한국교회의 ‘대외적 과제’
한국교회의 대외적 과제는 무엇보다 평화와 공동선의 추구이다. 한국교회는 세계화나 동북아의 변화에 부응하여, ‘하나이며 공번된’ 교회라는 정체성과 사명에 걸맞은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즉, 한국교회가 한반도라는 공간을 넘어서서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선을 상상하고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우리끼리의 평화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만에 하나라도 중국과 일본이 충돌하게 되면 그 장소는 임진왜란이나 청일전쟁이 그러했던 것처럼, 다시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동북아의 긴장은 과거 식민지 역사와 연관되어 군사주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적 정서를 강화시키고 있다. 남북간, 한일간, 중일간 충돌을 낳을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자국의 안녕과 발전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평화와 공동선의 상상과 그 추구가 시급하다. 그리고 이는 국가에만 맡겨둘 수 없는 과제라는 점에서 교회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이 요구된다.
이 점에서 교회는 사회교리라는 ‘숨겨진’ 보화를 가지고 있다.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일찍부터 공동선, 군비축소, 연대성 등의 보편적 사명을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이 가르침을 동북아라는 지역에 적용하여 평화와 공동선을 가르치고 추구해야 할 사명을 안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도 안보 패러다임을 넘어서서 평화와 공동선의 패러다임에서 보는 것이 동북아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도 더 유익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대내적 과제’
한편 대내적 과제는 동북아에서 복음화의 사명이다. 중국과 일본은 16세기 이후 세계교회가 오랫동안 물적, 인적 자원을 아끼지 않으며 복음화를 위해 노력해온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교는 여전히 소수이며 외래종교로써 남아 있다. 이에 비해 한국교회는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정도의 지원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주변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교회가 굳건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국교회가 공의회 이후 시대적 과제에 참여한 것이 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한국교회는 이 경험에 대한 면밀한 성찰을 통해 동북아의 복음화에 효과적으로 기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과거 세계교회가 해온 것 같이 단지 인적, 물적 자원을 중국이나 일본에 ‘투자’하는 방식 이상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은 “교회는 교회 자신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가르쳤다. 20세기 중후반을 지나며 한국인들은 교회에서 실제 그런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가톨릭교회를 가장 신뢰하는 종교로 간주하게 됐다. 한국교회가 동북아에서 복음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인적, 물적 지원보다도, 바로 이 정신과 역사적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공헌이 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평화와 공동선이라는 대외적 사명은 복음화라는 내적 사명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무엇보다 한중일 차원에서 교회지도자들의 교류와 협력 강화를 제안하고 싶다. 한일주교회의 차원의 교류나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가 있긴 하지만, 동북아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교구나 수도회에서 공동선을 위한 한중일 차원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 내에 ‘아시아통’을 양성할 것이 요청된다. 둘째, 사회교리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해방 후 한국에서는 미국식 훈련을 받은 엘리트가 주류를 이루어 왔는데, 앞으로 구한말과 유사하게 친미, 친중 엘리트가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 올까 우려된다. 그렇기에 지금은 한국인으로서 중심이 있으면서도 보편적인 공동선에 투신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을 양성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교리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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