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聖週間)이다. 말 그대로 거룩한 주간이다. 가톨릭 교회는 예수부활대축일 전 한 주간을 성주간이라 하여 1년 중 가장 거룩하게 보낸다. 회개와 보속의 사순시기를 살아온 신자들은 성주간 전례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그 의미를 체험한다.
성주간은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으로 시작해 수난하시는 주님을 기억하고 부활하시는 구세주에게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 마련됐다. 사순시기는 보속을 통해 어느 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하느님 말씀을 듣고, 기도에 전념하면서 파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한다. 우리는 그동안 재의 수요일부터 세례준비 기간이자 예수부활대축일을 준비하는 사순시기를 살아왔다.
그리스도께서는 성부의 뜻을 따르기 위해 수난과 죽음을 겪으셨고, 이로 인해 부활과 성부 오른 편에 앉는 영광을 받으셨다. 우리도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할 때 그분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르침에 따라 단식과 기도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기도와 희생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넘쳐나고 평화가 위협받는 이 시대를 살면서 이 땅에 미움보다 사랑을, 전쟁보다 평화를 갈구하는 마음과 정성을 모아야 한다. 이제 성주간이 지나면 부활이라는 큰 기쁨의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부활은 성탄과 함께 가톨릭 교회 전례시기에 있어 두 축을 이루는 중요한 때이다. 참회와 보속의 사순시기를 지낸 우리는 부활의 순간을 준비해왔다. 그 준비의 절정이 바로 지금 한 주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에서 기념의 의미는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고 회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미사는 단지 예수께서 2000년 전에 돌아가신 것을 머리에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때의 위대한 구원의 순간이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신비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전례력에 따라 주기적으로 지금 이 땅 위에서 재현되는 구원의 역사를 살아간다. 이는 형식적으로 순환되는 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매 순간이 되풀이돼서 각각 고유한 의미를 그대로 지니고 반복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례력의 주기에 따라 살아가는 것은 매번 새롭고 매번 크나큰 은총을 받는 구원의 시간들이다.
이러한 점을 기억할 때 우리는 올해 부활을 준비하는 자세를 더욱 진지하게 다질 수 있다. 이제 부활의 정점을 향해 가는 한주간 동안 부활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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