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는 미주지역 출신 첫 교황이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은 한국교회 첫 추기경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기를 즐긴다. 김 추기경은 교구장 퇴임을 앞두고 토큰을 구해 버스를 타고 다녔다.
교황은 2001년 에이즈 감염자의 발을 닦아주고 입을 맞추었다. 김 추기경은 1986년 성탄절, 명동성당 마당에 모인 철거민들의 발을 씻겨주어 그들을 울렸다. 교황은 스페인어와 독일어, 이탈리어 등을 유창하게 한다. 김 추기경은 생전 6개 국어를 구사하며 가톨릭신문사에 재직했던 시절, 제2차 바티칸공의회 기사까지 번역했다.
무엇보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했다. 아르헨티나 신자들에게 자신이 교황이 되더라도 로마로 오는 대신, 그 돈으로 빈민을 도우라고 했다. 김 추기경은 도시빈민사목위원회를 여는 등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수많은 일들을 실천했다.
교황이 선출된 후 한국인들은 그동안의 그의 행적을 가리켜 ‘아르헨의 김수환’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만큼 교황과 김 추기경의 닮은 점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보편교회의 새 교황 선출을 지켜보며 우리에게도 한때나마 있었던 ‘시대의 성인’의 모습이 그리워져 일부러 꺼내 불러보는지도 모른다.
교황과 김 추기경의 행적이 그리 대단하고 놀랄 일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 교회와 사회 안에서 미담(美談)을 찾기 어려워져가는 탓일 게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일은 종교지도자는 물론 우리 모두가 조금씩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교황은 콘클라베가 끝나고 추기경단과 저녁만찬 중 ‘나를 선택한 여러분을 하느님이 용서해주길’ 빌며 파안대소(破顔大笑)할 건배제의를 했다. 김 추기경은 평소 ‘자신은 두 개의 언어를 잘하는데 하나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참말’이라며 좌중을 웃겼다.
교황과 김 추기경의 유머만큼 관용 있고 신명나는 교회안팎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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