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되기에 앞서 북한은 남북 간 불가침 합의 폐기와 판문점 연락통로 폐쇄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인 올해, 남북관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의 현재 모습이다. 하지만 아무리 팽팽한 긴장감이 한반도를 감싸고 있다고 해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가치가 있다. 바로 ‘평화’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오고 있는 교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동시에 강조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창간 86주년을 맞은 가톨릭신문은 교회의 노력에 발맞춰 칼럼 ‘민족·화해·일치’를 연재한다.
▲ 이은형 신부
평화를 논하기에 앞서, 통일에 향한 관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한과 북한 모두 통일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관점은 극으로 치닫는다. 남한은 흡수통일을, 북한은 적화통일을 지향한다. 남북한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절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내에서도 통일에 대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듯이 세대 간, 지역 간 분열은 점차 극명해진 것과 같이 통일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한반도를 뒤덮은 이 같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평화’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평화가 남남, 남북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에게 평화를 나누는 자리가 제대로 마련된 적이 없다. 바로 여기서 교회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교회가 평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교회의는이달 열린 춘계총회를 통해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 이하 민화위)가 추진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달’ 행사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민화위는 평화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기원하는 기도운동을 비롯 DMZ 평화의 길 걷기, 참회와 속죄의 성당 봉헌식, 심포지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DMZ 평화의 길 걷기’는 그 의미가 특별하다. 갈등의 상징인 이 공간에서 보내는 평화의 시간이다. 참여 대상은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로, 분단 2세대와 3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 평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반도에 갈등과 미움이 아니라 평화와 사랑의 싹이 피어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