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릴 적 시골에서 성장해 마당에 닭을 키웠다. 아침에 일어나면 닭 모이 주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어미닭이 알을 품어 병아리가 나오는 광경을 보면 신기하기도 했다. 이런 알을 유정란이라고 한다.
요즘 시중에 나오는 계란은 무정란이 많다.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낳는 알이다. 이런 알은 아무리 오래 품고 있어도 병아리가 나오지 않는다. 눈으로는 유정란과 무정란을 구별하기 힘들다.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비슷해 보이지만 부활의 믿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다. 신앙인 중에도 무정란 신앙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 주변에 입으로는 부활을 이야기하고, 머리로는 부활을 아는 듯한데, 생활 속에 드러나는 모습은 도저히 부활을 알고 믿는 삶의 모습이 아닌 경우를 보게 된다. 부활을 알고 말하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가슴속에 부활의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젊은 여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이야기가 있다. “남자가 과거가 있는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미래가 없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그런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는 의미다. 이를 우리에게 적용한다면 “신앙인이 과거가 있는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부활신앙이 없어 소망이 없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인간적인 이성으로 믿고 이해하기 힘들다. 예수님 제자들조차 부활하신 주님을 보고서야 믿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예수님 부활 후 가장 많이 변화된 이들도 제자들이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격한 제자들은 그리스도를 향한 강한 믿음과 열정으로 자신들의 목숨을 아낌없이 바치며 신앙을 전했다.
부활신앙은 그리스도교의 핵심이다. 만일 예수님이 부활하지 못하셨다면 구원도, 복음도, 천국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활신앙이야말로 최고의 믿음이다. 부활신앙을 가질 때 우리는 죽음 앞에서도 감사할 수 있다. 하느님을 만나고 천국에 들어갈 기대감과 함께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극작가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의심은 우리의 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애써 간신히 얻은 것을 잃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믿음은 우리의 ‘힘’인 것이다. 부활신앙이 없는 믿음에는 생명이 없다. 기도를 아무리 많이 바치고 성당에 나와도 믿음이 자라나지 않는다. 말로는 ‘믿습니다’를 수백 번 외쳐도 소용이 없다.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확신할 때 기쁨과 평화,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는 은총을 받게 된다.
우리가 신앙인으로 첫 발을 내딛던 그 때를 생각해보자. 하느님을 처음 만나고 감격했던 그 때를 떠올려보자. 처음 주님을 만났던 그 곳으로 가야 한다. 불평의 자리에서 감사의 자리로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을 판단하던 자리에서, 찾아가서 사랑을 실천하는 자리로 움직이자. 불평의 자리, 소극적인 곳에 앉아서는 결코 부활의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예수님의 부활은 경험과 지식에 매여 있는 인간의 한계를 깨뜨린 것이다. 부활의 신비는 보이고 나타나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형이하학적 지식에서 형이상학적 지식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부활이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모두에게 믿음을 가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신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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