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주교회의 북한선교부를 출범시킨 한국교회는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운동을 중심으로 민족의 화해를 향한 여정을 이끌어왔다. 이후에도 경직된 남북관계 안에서 ‘평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졌던 민주정부 10년 동안 교회가 공력을 쌓지 못했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정권이 바뀌고,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정치적인 부분은 시기와 시대에 따라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세상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거슬러 살아가려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무엇보다 교회 본연의 모습을 지키며 북한과의 관계를 ‘평화’적으로 유지해야한다. 교회는 세상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담당해야하기 때문이다.
여러 안타까움을 마음에 새기며 민족화해위원회에서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하는 일들을 찾아 실천하고 있다. 인도적인 측면에서의 대북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함과 동시에 현재 남한에 들어와 있는 새터민들에 대한 정착지원과 양성에 힘을 모을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가 내부적으로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고, 북한교회와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이러한 모든 활동에는 기도가 중심이 되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1990년 독일의 통일 기반에도 기도가 중심이 됐다. 독일교회는 라이프치히에서 매주 월요일 통일기도회를 마련, 민족의 일치를 위한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했다. 독일의 선례를 바탕으로 의정부교구 참회와속죄성당은 3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와 일요일 오후 4시 ‘평화·통일 기원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지난해 의정부교구가 ‘묵주기도 7000만 단 봉헌운동’을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북 주민의 수에 해당하는 7000만 단이라는 수가 과한 목표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의 관심과 참여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이 주님 안에서 이뤄질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도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교회가 이끌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북한교회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는 한편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북한에도 분명히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고 확신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하나원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예전에 세례를 받았던 기억을 갖고 있는 할머니, 묵주를 대신해 콩을 옮기면서 기도문을 읊조리는 사람들을 봤다는 새터민도 있었다. 이는 한국교회가 북한교회와의 소통을 준비해야함을 알려주는 사실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종교가 허용될 시점을 대비해,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한국교회는 지금부터 연구해야할 것이다. 특히 기도를 통해 끊임없이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