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을 통해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소중한 존재이므로 모두가 다 한 인간으로서 존중 받고 사랑 받을 권리가 있다” 라고 배웠던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 해왔고 기회 있을 때마다 아이들 앞에서도 되풀이하며 말해왔습니다.
저녁시간에 귀가했습니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부엌인데 청국장 냄새와 생선 굽는 연기가 뒤섞여서 코와 눈을 자극했고 불쾌했습니다. 닫았던 현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거실 창문도 열었습니다. 아내는 집안에서 지내는 옷차림으로 있었기 때문에 춥다고 했고 아들은 자기 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 가벼렸습니다.
며칠 후 식탁 앞에서 온 가족이 좋은 분위기로 식사 중이었는데 아들이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식구들이 올바르지 않는 행동을 하면 지적해줄 필요가 있지요?” 저는 ‘당근’ 이라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아빠가 글을 쓰시느라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있을 때 엄마가 시끄럽다고 소리를 ‘확’ 줄여도 되요?” 저는 “집중이 안 되면 글을 쓰기 어렵지” 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왜 아빠는 냄새가 난다고 온 집안 창문을 마음대로 열어요?” 그때서야 며칠 전 저의 행동에 대한 지적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아들은 계속 했습니다. “부엌은 엄마의 공간이잖아요, 그러니까 아빠가 창문을 열고 싶어도 먼저 엄마에게 물어 보고 허락을 받은 뒤에 창문을 열어야지 엄마의 공간을 왜 아빠 마음대로 하세요?” 대답해 줄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가족들이 모두 엄마의 공간을 존중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아들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는 말이었기에, 저는 즉시 잘못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인정하는 저의 태도를 본 아들은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고 말해온 아빠의 말이 옳았다고 기뻐했습니다. 아내는 빙그레 웃고 있었습니다. 부끄러웠지만 따스한 행복이 밀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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