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일간지가 통일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참으로 부정적이다. 특히 미래의 통일세대인 20대 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해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한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설문 결과가 아닌 사목현장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본당에서 어린이 혹은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통일에 별관심이 없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난한 북한과 하나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들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인식은 통일 문제를 역사적, 민족적 문제뿐 아니라 순수 경제적인 시각으로도 바라봐야함을 어른 세대에게 알려준다. 소위 ‘퍼주기’ 정책으로 비난을 받았던 민주정부 시절부터 남북의 경제 관계는 논란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과연 그러한 비난과 비판이 올바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대북 지원이 시작된 초기 문민정부 당시 1인당 연평균 부담액은 1800원 정도였고,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에서는 액수가 점차 늘어 7700원이 됐다. 반면, 국내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15조에 달한다. 이를 1인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31만4700원이다. 굶주림에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쓰이는 7700원은 ‘퍼주기’ 비난을 받고, 먹지도 않고 버리는 31만4700원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시점이다. 복음을 묵상하면서 라자로가 죽어 천국에 갔다는 사실 보다 ‘왜 부자는 죽어서 지옥에 가야만 했을까?’에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다. 성경 어디에도 부자가 자신의 부를 쌓기 위해 부정과 불의를 저질렀다는 표현은 없었다. 단순히 부자라는 이유로 벌을 받았다면 그 역시 매우 불합리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부자는 죽어서 지옥에 갔을까? 그 이유를 가난한 거지 라자로와의 관계에서 찾았다. 부자의 가장 결정적이고 씻을 수 없는 큰 죄는 라자로는 외면한 것이었다. 자신의 배만 불리고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했다. 이 점에서 보더라도 우리의 가난한 이웃, 북한주민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것도 31만4700원을 무의미하게 소비하면서 말이다.
분단 비용과 더불어 통일 후의 경제적 변화도 주목해야할 중요한 요소다. 세계적인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는 남북한이 우호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더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 다음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통일 이후의 경제적 효과는 이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몇 년 사이 국제경기 불황으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북한과의 긴밀한 경제적 협력은 상생의 길을 모색해 나갈 수 있는 통로다.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남북협력이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남북의 긴장관계는 우리 모두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다.
다시 ‘평화’이야기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강산에 참 평화가 흘러넘쳐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길 간구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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