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그 존재만으로도 자녀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자녀의 말, 생각, 행동에 이르는 일거수일투족이 부모를 닮는다. 심지어는 부모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고아에게조차 부모란 존재가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십계명에서도 하느님에 관한 3가지 계명 바로 다음으로 오는 계명이 바로 부모에 관한 계명이다. 사람에겐 부모란 이토록 크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자녀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뱃속의 아기와 이야기도 나누고 동화도 들려주고 아기를 위해 음악, 미술, 여행 등 다양한 것들을 찾아 한다. 태어나서도 마찬가지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이란 말씀처럼 온갖 좋은 것을 자녀에게 주려 노력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녀의 신앙’은 이 좋은 것에서 벗어나곤 한다.
많은 연구와 조사들이 교회를 떠나는 청소년들에게 부모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말해준다. 청소년들이 부모의 도움 없이 저절로 ‘부르심’을 받게 될 것이란 생각은 무책임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성소자인 성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를 부르심의 길로 인도한 것도 김제준 성인과 최경환 성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해시대에 회장직을 맡으면서 그들의 삶 자체를 통해 신앙을 가르친 그들은 아들을 외국에 내보냈다는 이유로 더욱 혹독한 고문을 당하다 순교했다.
유교 사회에서 아들을 떠나보낸다는 것, 박해시대에 사제의 길을 걷게 한다는 것, 15살밖에 안 된 자녀를 몇천 리 길을 보낸다는 것. 세속의 눈으로 볼 때 그 어느 것 하나 자녀의 행복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성인들은 ‘좋은 것’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했다.
부모가 ‘좋은 것’을 알아보지 못하면 자녀도 그것을 알아보기 어렵다. 성소주일이다. ‘좋은 것’을 주시려 부르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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