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관계의 ‘형제’
어느 마을에 형제가 살고 있다. 이웃에 살고 있는 이들은 친형제간이지만 사이가 아주 좋지 않다. 남보다도 못한 사이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원수지간에 가깝다. 어려운 유년기를 함께 지낼 때에는 우애가 좋았다는데 부모님을 여의고 분가하면서 유산 문제 등으로 사이가 벌어지더니 동네 건달들까지 동원하여 대판 싸우고 나서는 아주 앙숙이 됐단다. 그 싸움의 발단과 과정에는 주변 이웃의 충동질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싸움으로 양쪽 집에 크게 다친 이들도 있고 해서 쉽게 아물 상처는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꽤 세월이 지났는데도 벌어진 사이와 상처는 아물 기미가 없다.
깊어져만 가는 상처
처음엔 가세도 서로 비슷했다고 하는데 동생네가 동네 사람의 사업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나서는 빚에 끌려 다니다 폭삭 망해버렸다고 한다. 술꾼으로 전락한 동생은 동네사람들에게 행패나 부리고 잔돈푼이나 뜯어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고 식솔들의 형편도 말이 아니게 됐다.
형네 집은 성실한 노력에 운도 좀 따라서 제법 산다는 소리를 듣게 되어 동생네의 그런 처지를 두고만 볼 수는 없었는데, 어려운 동생네를 도와주며 화해의 계기도 삼을 수 있었으련만 워낙 지난 상처가 깊어 그런 노력도 순조롭지가 않았다. 한때는 자주 만나기도 하고 소소하지만 요긴한 도움도 주면서 좀 누그러지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그 큰 싸움 때 피해가 컸던 식구들을 중심으로 왜 자꾸 동생네를 도와주는 거냐? 돈이 썩어나느냐? 하며 분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이제는 다시 동생네를 도와주자는 얘기나 화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 자체가 나오기 힘든 분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여인들 가운데는 아직 ‘그래도 친척지간인데’ 하며 그 집 식구들에게 몰래 먹을 것을 건네기도 하고, 기회가 되면 그 집의 어려운 사정도 슬쩍 얘기해 보며 화해의 계기를 만들어보려는 이들도 있지만, 그 얘기만 나오면 집안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지난 일들을 들추며 언성을 높이는 통에 말을 안 꺼내느니만 못하게 되고, “너는 누구 편이냐?” “그놈들이 한 일을 잊었냐?” “우리 가족보다 그 녀석들이 더 중하냐?” 하며 배신자 취급을 하는 바람에 이제는 당최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미움으로 가득찬 ‘증오’의 대물림
아이들은 그런 증오의 악순환에서 비껴날 것을 기대해 볼만도 하다. 하지만 어른들이 나누는 이야기나 아이들에게까지 전해준 나쁜 이야기를 통해서, 절대 같이 놀지도 상종도 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엄명으로 인해서, 이미 아이들 마음속에도 선입견과 편견, 미움이 자라고, 증오의 세월은 대물림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집안 형편 때문에 주눅이 든 동생네 아이들은 형네 집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주류 아이들에게 따돌림과 놀림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동생네 아이들은 보복이랍시고 담벼락에 낙서를 한다든지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깬다든지 동네 어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짓거리를 도맡아하고, 그러다 잡혀 흠씬 두들겨 맞는 일도 많다고 한다.
서로에게 ‘짐’이 되어버린 ‘형제’
형제간에 이렇게 지내는 것이 어찌 마음편한 일이겠느냐만, 사람의 마음과 살아온 세월이 완고하고 팍팍하여서, 또 주변에서도 은근히 고소해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분위기도 있어서 이들의 관계는 영 개선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동네에서 알아주는 사회적 위치에 올라선 형에게는 오점처럼 따라다니는 동생의 존재 자체가 영 불편하고, 그간 도와준 일이나 자기가 저지른 일들은 생각도 않고 자기 처지가 다 형 탓이라는 듯 적반하장으로 패악을 부리며 동네에서도 좌충우돌하여 손가락질을 받는 동생에게 더 이상 연민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 그저 눈엣가시처럼 밉기만 하다.
그래서 가끔 마지못해 푼돈이나 던져주면서도 “왜 그렇게 사냐? 나 같으면 이 돈으로 약이라도 사먹고 죽어버리겠다”, “네 가족을 위해서라도 어디 가서 죽어버려라”는 등의 악담을 대놓고 퍼붓곤 한다. 동생도 이제 악에 받칠 대로 받쳐서 “칼을 품고 다니며 같이 죽어버리겠다”느니 “불을 싸질러버리겠다”느니 험악한 말들을 퍼뜨리며 동네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두 형제를 위해 기도를…
하늘에서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은 오죽할까? 그저 가슴을 치며 피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도대체 양쪽 다 그렇게 살고 싶은 건가? 이럴 수밖에 없는 건가? 방법이 없는 건가? 이 불쌍한 형제를 위해, 어머니를 위해, 그 가족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기를 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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