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성공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고 있을 때 외톨이가 되어 어슴푸레한 성당에 앉아 청승을 떨고 있었습니다. 왜? 꼭 성공해야 하나? 풀 수 없는 의문을 풀어보겠다고….
안타깝게도 그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무한 경쟁 시대에 뒤쳐지면 무조건 지는 거라 했습니다. 부러워해도 지는 거라 했습니다. 근데 조금만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진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 첫발을 딛었던 20대의 일입니다.
나이 먹어서 행복을 누리기 위해 성공을 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느라 행복을 가져다 줄 것들을 하나씩 내다 버리더군요. 모두가 다 그렇다고 하며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았습니다. 왠지 어딘가 나사가 풀린 사람으로 취급하고 했습니다. 혼자 외로웠습니다.
이십 대였던 친구들이 육십 대가 됐습니다. 아직도 그 성공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조금씩 지쳐 가는 듯 보입니다. 나이를 먹어가니 지치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쉬고 싶었습니다.
주변 상황이 넉넉할 때는 연극을 보러 갑니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고 아내와 단 둘이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갔습니다. 일찍 도착했기에 아내가 좋아하는 칼국수로 외식을 했습니다. 자기가 만든 것 보다는 맛이 떨어진다 했습니다. 5000원도 안하는 가격을 들먹이며 애써 만족하라고 강요했습니다.
전관이 자유석이라 제일 먼저 입장을 했고 제일 앞자리에 가운데 앉았습니다. 완전히 세상을 잊고 다른 세상에서 지냈습니다. 소극장에서 올라가는 승강기 안에서 아내의 볼을 ‘톡’ 건드리며 물었습니다. 이 나이에 이렇게 단 둘이 연극 보러 다니는 친구들 있느냐.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굳이 성공하지 않아도 1만 원 권 몇 장으로 이렇게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허우적대며 살아야 하는지, 저는 아직도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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