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에서는 신앙의 해를 맞아 강론 전에 신자들의 신앙체험을 듣는 시간을 갖고 있다. 교통사고 중에 만난 주님 이야기, 시한부 선고를 받고 다녀온 아버지학교 등 다양한 체험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 한 쪽에서 무언가가 복받쳐 오름을 느낀다.
우리는 살면서 양질의 체험들을 듣고 접한다. 신문, TV, 인터넷 등을 통해 매순간 가슴 짠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과연 그것들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좋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하고 끝나는 것은 아닐까? 아니 솔직히 미사 강론조차 길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면서 스마트폰 하나로 언제든지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우리는 매순간 다가오는 소중한 기회들을 넘기고 있다. 다른 이들의 신앙체험을 듣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굳이 시간을 내서 듣고 싶지는 않다. 일단 내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고, 나중에 언제든 그보다 더 좋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남의 일’이라 생각하는 순간 그 일은 그저 알든 모르든 크게 상관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사실 당장에 눈앞에 산적한 과제들을 떠올려보면 신앙체험을 듣는다거나 하는 행위들은 사치스럽게 생각될 수도 있다.
우리의 이런 생각과는 다르게 간접경험은 굉장한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 힘들고 괴로운 일들을 통해 주님을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우리는 굳이 그런 일들을 겪지 않더라도 변화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수 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우리는 단 몇 시간 만에 체험하는 것이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반대로 읽고, 듣고, 상상함으로써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삶 역시 누군가에게 간접경험으로 제공될 것이다. ‘저렇게 살아야지’가 될지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가 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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