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물어 보기에 하루, 한 달, 한 해를 어떻게 지내는지 말해주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친구가 말했습니다.
“너 완전히 미쳤구나!” 그 말은 너, 광신자가 되어버렸구나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먹고 사는 것은 한 쪽으로 미뤄두고 종교 활동에 전념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미친 사람으로 판단했던 저의 지난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렇지만 기뻤습니다.
한 피정에 참석했습니다. 참석한 모든 사람이 눈시울 적시고 있었는데 저는 아무런 감동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참으로 특별한 사람들이로구나! 싶었습니다.
한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집안에 십자고상, 성모상, 예수성심상 등 많은 성물이 있었습니다. 가톨릭신문을 비롯하여 교회 안에서 나온 월간지가 있었지만 일간신문은 없었습니다. 머릿속에서 피어오르는 판단을 멈추고 저의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미사 때 성체를 모시고 자리로 돌아오다 울컥 감사의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귀한 신앙서적을 읽거나 묵상 중에 가슴이 저미는 체험을 하다 보니 울보로 소문이 났습니다. 그래서 인지 뭔가 다르게 생활 하시는 분들을 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존중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살아가는 목표가 다르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방법과 형태가 다른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이해받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듭니다.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야 하기 보다는 그냥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이런 삶이 주는 행복을 마음껏 누립니다. 출세하지 못했지만 좋았고 많이 벌지 못했지만 좋았습니다. 단순히 내게 주어진 시간과 노동을 나누면서 살고 싶었습니다. 행여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친 사람처럼 보여 진다 해도 하늘에서 보면 예쁘게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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