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개점은 하고 있으나 휴업한 것 같은 상태, 벌려는 놨는데 생기는 것은 없는 속 터지는 상태를 말한다. 아무리 면발이 쫄깃하고 국물 맛이 죽이면 뭐하는가, 손님이 안 들어오면 개점휴업이다.
‘여기 괜찮은 배우 있어요’ 해봤자, ‘한번 볼까요’ 연출의 이 한마디 없이는 배우도 별수 없는 개점휴업이다. 배우 신세가 국수 같다거나 내가 유명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배우가 연극의 출발점이 아니라 그렇다. 그래도 그렇지, 벌써 반 년 째, 보자는 이가 없다.
마침내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나이 든 배우가 필요한데, 한번 볼까요”, “아이고 예!” 냉큼 일어나 한걸음에 달려 나갔다.
의자 푹신한 호텔에서 공연하며, 유명 탤런트도 출연해 관객도 많을 거란다. 드디어 날이 밝는구나! 쿵쿵 뛰는 가슴으로 눈동자에서 소리 나게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여기까진 참 얼마나 좋았던가.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좀 아니잖아’였다.
연극은 하나의 세상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 어떤 세상. 천만 가지의 세상들이 각각 아름답고 향기로운 참 멋진 예술이다. 근데 왜 이 작품에선 맛도 향도 안 느껴지는 걸까. 그저 천박한 자기과시와 소란스러운 말싸움만 보였다. 이 작품의 맛을 제대로 보는 배우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내게는 그게 안 보인다는 거였다.
가슴이 싸해 왔다. 떽! 개점휴업을 연장하고 싶어? 아니 그건 아니지. 그러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다음 기회에 뵙죠’ 다음 기회라, 딱지 맞은 것이다.
“네 인생의 모든 것은 내가 미리 안배한 것이다” 아시다시피 이건 하느님 말씀이다. 그러니까 내가 딱지 맞은 건 하느님 때문이다. 그분의 스케줄 북을 좀 볼 수 없을까, 개점휴업 끝, 이 엘리 성업 중이라고 어디쯤 써 두셨을까, 궁금하다.
아주 많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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