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가장 힘찬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소망이 넘치고 행복해야 할 가정이 요즘에는 부부간 갈등이 늘어나고, 자식은 부모를 무시하고, 부모는 자식을 학대하는 등 가정질서가 파괴되고 있다. 이 같은 시대를 살며 부모는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자식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지, 자식은 부모에게 감사하고 공경했는지 되돌아보자.

지금 우리들 가정은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정도를 넘어선 입시전쟁으로 가계부에는 깊은 주름이 생겼고, 자녀들은 가치관의 혼돈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삶의 방향도 찾지 못한 채 밤낮없이 뛰고 있다. 또 감당하기 힘든 결혼비용은 살림의 균형을 깨뜨린다. 결국 그 해결책으로 한 자녀를 낳는 풍도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물질적 가치관, 1등만 알아주는 풍조, 내면보다 외면의 아름다음을 추구하는 세태는 가정의 행복을 흔들고 있다. 오늘날 수많은 청소년들의 비행과 탈선 뒤에는 건강하지 못한 부모와 건강하지 못한 가정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현대 가정의 가장 큰 문제는 좋은 집은 있는데, 가정이 없다는데 있다. 좋은 집은 없어도 살아가는데 큰 문제가 없다. 조금 불편할 뿐이다. 하지만 가정이 없다면 불행한 일이다. 이것이 현대 가정들의 고민이요 문제이다. 가정은 세상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가정이 타락하면 모든 것이 타락한다. 가정은 홍수를 막는 제방(堤防)과 같다. 그래서 가정은 더욱 아름다워야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 머리로 당연히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원칙이 있다. 부부간, 가족간 존중과 배려이다. 가족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세상사람 어느 누구도 그 가족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남에게 존중받길 원한다면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부모가 자녀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노력부터 우선돼야 한다.

유머를 하나 소개한다. 한 철없는 남편이 가만히 보니 아내가 평소 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매일 집에서 노는 것 같더란다. 그래서 하느님께 기도했다. “아내가 제가 되고 제가 아내가 되게 해주세요. 우리 아내가 밖에 나가서 제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게 해주세요.” 하느님께서는 정말 그의 기도를 들으시고 역할을 바꾸어 주셨다. 아내가 된 남편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집안일을 했다. 그런데 일이 얼마나 많은지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집안일에 자녀들까지 챙기다보니 파김치가 될 정도였다. 더 이상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다음날 하느님께 다시 기도를 바쳤다. 그 남자는 “더 이상은 못하겠으니 되돌려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앞으로 열 달 동안은 나도 못 바꾼다. 왜냐하면 너 어젯밤에 임신했다”고 하셨단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는 가족들의 고민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 가족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바라는지 서로 이해하고 공유하고 있는지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필자는 이런 점에서 0점 남편이요, 0점 아빠이다.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가족들이 진정 바라고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가정파괴의 원인은 금전적인 부분에서부터 불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가정을 이어주는 연결점, 곧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바람이 강해도 연 줄이 강하면 연을 잘 띄울 수 있다. 부부나 가정의 강한 연줄은 신앙이다. 가족이 함께 하느님을 섬기는 신앙이 있다면, 더러 문제가 생기고 위험을 만나도 극복할 힘이 생긴다. 기도하고 하느님께 순종하는 가정이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이는 5월 가정의 달에 우리가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