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팀(dream team)
나는 몇 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예수회의 사회사목 코디네이터로서 일했다. 이를 위해 함께 일을 해온 핵심 팀을 나는 ‘드림팀(dream team)’이라고 사람들에게 자랑하곤 했다.
우리는 무척 다른 배경을 가진 5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우리 팀은 신원상의 구분으로는 예수회원 3명과 평신도 2명이었고, 남녀 구분으로는 남자 3명에 여자 2명이었고, 인종 구분으로는 아시아사람 3명에 백인 2명이었다. 지역적으로도 동북아 소속이 2명에 동남아 소속 2명, 호주 소속이 1명이었다. 그렇기에 우리 각각은 서로 다른 경험과 개성, 스타일을 팀으로 가져올 수 있었고, 예수회 사회사목의 다양성을 비교적 잘 반영할 수 있었다. 또한 서로 다르기에 일을 하면서 상승효과를 내는 것을 많이 체험했다.
‘예수회원보다도 더 예수회원적인’
그런데 돌아보면 무엇보다도 우리가 서로 다름을 상승효과로 낼 수 있던 것을 ‘예수회원보다도 더 예수회원적인’ 두 여성평신도 동료들의 정신과 역량이 컸다고 본다.
몇 년간 모임을 함께 하고, 또 우리 팀에서 5일간의 국제회의나 연수를 매년 조직하면서, 나는 이 여성동료들의 생활패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이 동료들은 무엇보다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각각 나름대로 매년 피정을 하고, 매일 기도하는 시간을 습관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둘째로 이들은 일상의 일들 속에서 식별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몇 년간 개인적인 이야기와 씨름, 결정들을 들으며 이들이 식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아왔다. 이들은 그만큼 예수회영성에 배어있는 동료였다.
작은 일화다. 한 여성동료는 호주관구의 예수회 사회봉사단의 책임자였다. 그런데 그 봉사단은 가톨릭뿐만 아니라 많은 비가톨릭인 스텝을 포함하는 조직이었다. 실상 아시아에서 일하는 가톨릭단체들은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바이다. 그래서 어느 해에는 ‘사회사목의 역량강화’를 주제로 한 국제모임을 조직하면서, 그 여성동료에게 그녀의 단체에서 어떻게 비가톨릭 스텝들에게 예수회정신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가에 대해 강의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녀가 열정에 차면서도 깊이 있는 강의하고 나자, 어느 예수회원이 손을 들고 말을 했다. “우리나라에 와서 예수회원들에게 예수회의 정신에 대해 강의 해주면 좋겠습니다!” 회중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 보기에도 우리 예수회원들에게 분명 예수회원이 강의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영향을 줄 것이었다.
베드로적인 요소와 마리아적인 요소
팀으로 일하면서 나는 이 여성동료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 예수회원들이 좀 더 조직이나 과제 지향적이라면, 이들은 관계나 사람 지향적이었다. 같은 표현을 하는데도 우리 예수회원보다도 더욱 공감이나 이해, 애정이 담긴 표현을 하는 것을 보았다. 이들과 일하면서 발타살이라는 신학자가 교회에는 베드로적 요소와 마리아적 요소가 있다는 말한 것을 실감했다.
발타살에게 유기적인 조직과 사목의 능률이 베드로적 요소를 함의하면, 공감이나 이해와 우애는 마리아적 요소를 의미한다. 우리 팀은 이 두 요소가 잘 균형을 이루고 상승작용을 내었던 것 같다.
효율 본위의 사회에서
흥미롭게도 발타살은 현대 서구교회가 베드로적 원리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면서 마리아적 요소를 경시하고 있다는 진단을 했었다. 서구교회 내에 효율추구, 성급함, 적대적인 감정의 팽배 등에서 사랑과 기도, 차분하게 식별하는 교회의 다른 측면이 상실되고 있음을 포착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한국사회에도 적용될 것 같다. 지난 반세기 넘게 이루어온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는 눈부시지만, 업적과 능률 중심적 사회와 ‘빨리 빨리’의 문화를 만들어 왔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느린 이’와 동반하는 따뜻함이나 ‘뒤처진 이’와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풍조는 한국교회에도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모님께 기도한다.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누리는 지위와 대우가 인간으로서, 동료로서, 동반자로서 이해받고 존중받고 격려받기를! 동시에 그들의 존재와 행동양식에서 한국교회와 사회가 풍요로워지기를!
김우선 신부는 예수회 소속으로 현재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예수회 아시아 태평양 지역구 사회사목 코디네이터로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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