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들이 저에게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도대체 왜 결혼을 안 합니까?”입니다. 평소에 듣지 못했던 말은 아니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진지하게 묻는 그들의 질문에 쉽게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이미 탈북인에게는 ‘당연한 것’을 거스르는 ‘이상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삶을 설명할 때면, 거창한 신학의 원리 보다는 큰 섭리 안에서의 삶에 대해 다시 깨닫는 순간이 됩니다.
남한에서 북한의 삶을 조명하는 여러 매체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비참한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다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거나, 사상교육에 세뇌되는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집중합니다.
물론 그런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의 생활은 지금의 남한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양적이나 질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서는 방송에서 볼 수 있는 현실보다 훨씬 더 비참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여러 탈북인들에게 북한에서의 삶을 듣고 남한의 이들에게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하는 큰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북에 있는 동포들을 어리석은 이들로 판단해야 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게’ 누려야 할 자유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당연하게’ 더 좋은 남한과 통일하기를 바라지 않는 북한 사람들은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성인 남녀가 결혼하는 것이 당연하듯, 그저 ‘당연하게’ 살아갈 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삶은 탈북 이후에도 ‘당연하게’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남한의 시선에서 ‘당연한 것’이 ‘이상한 것’으로 그들에게는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틀린 것일까요? 아닙니다. 틀린 것은 탈북해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탈북인들이 직장을 구할 때면 중국 조선족으로 자신들을 소개하도록 만드는 것과 같이 곱지 않은 남한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당연함’은 어쩌면 시작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릅니다. 자신이 목숨을 걸고 찾아온 나라에서조차 ‘당연하게’ 떳떳이 밝힐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공정하신 하느님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입니다. 비록 그것이 오랜 시간 대치해 온 남북한의 상황에서 받은 교육 때문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핑계 삼을 수는 없습니다. 남한의 교육을 핑계 삼는다면 북한의 사상 교육을 받는 북한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큰 거리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거리마저도 포용할 수 있는 큰 섭리역시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나와 너를 우리로 만드는 일에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말아야 합니다. 설사 그것이 남한에서 보다 더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탈북인에게는 ‘이상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려는 일방적인 폭력이 됩니다.
‘당연하게도’ 하느님의 섭리가 계속 진행되듯이, 우리에게도 천천히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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