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축복
겨울이면 추위를 쉽게 타기 때문에 봄이 어서 왔으면 하고 바랐는데 어느 새 봄이 와 진달래와 개나리가 활짝 폈다가 지고 있다. 그리고 푸름이 짙어진 초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이제 무더운 여름이 오면 낙엽 지는 가을과 눈 내리는 겨울을 그리워 할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나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어김없이 왔다가 간다. 그리고 이렇게 다가오는 사계절을 그 때마다 즐기기도 하면서 그리워 할 수 있는 땅에서 산다는 것은 축복받은 삶이다. 그리고 사계절을 통해 자연의 이치, 하늘의 섭리를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축복받은 사람이다.
우리 부모님과 선현들은 자녀들이 성장하면 조금씩 철들어간다고 말하였다. ‘철들어간다’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이치를 분별할 수 있음을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사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자연의 섭리와 우주의 법칙을 깨달아 간다는 의미로 조상 대대로 체득한 삶의 지혜에서 나온 매우 정겹고도 심오한 교육적인 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듦을 가르치고 배우는 가정과 학교 교육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덕·체·지 세 가지 기둥
2013년 5월은 위대한 독립운동가이며 교육자인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설립한 흥사단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달이다. 도산은 벌써 100여 년 전 일제치하에서 교육의 핵심을 덕·체·지 함양에 두고 무실, 역행, 충의, 용감의 4대 정신을 기를 것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나라가 독립한 지 70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유치원 시절 모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이 외국어를 배우고 그것도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 배우고 있는 나라다. 자녀의 교육에 대해 조금만 공부해 보면 모국어를 잘 하는 아이가 외국어를 잘 한다는 사실을 알 텐데! 내 아이가 남보다 더 외국어를 잘 할 수 있으면 출세할 수 있다는 부모의 욕망이 가져온 결과이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 지구상에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마음을 갖고 똑같은 길을 걷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이 그 길을 가기 때문에 나도 가고 싶어 하고 나도 그 길을 가야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그 길을 간다. 성공을 향한 경쟁의 심리가 한 길로 몰아가게 한다. 학교와 학원에서 지식위주의 교육만이 판치고 있고 철듦의 덕성 교육과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체육교육은 사장되고 있다. 남들이 하면 나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남보다 한 걸음 앞서가려는 학부모의 마음이 대한민국의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 아닐까 싶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감이 꼴찌이고 자살률이 1위인 것이 우연이 아니다. 교육의 세 가지 기둥 중에서 덕을 우선 강조하고 체육을 둘째로, 그리고 지성을 마지막으로 강조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유지가 다시 부활해야 우리 교육이 살 수 있으리라.
철듦과 배움의 길
우리 모두 한 박자만 쉬면서 생각을 해보면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까? 남들이 가는 길에 나도 덩달아 가면 그 길은 지나친 경쟁의 길목에 있으므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남이 안 간 길을 내가 가는 것이야말로 나만의 유일한 길이고 진정한 나의 길이 아닐까? 남과 지나치게 경쟁을 할 필요도 없는 이 길은 자신과의 싸움이란 과정이기 때문에 더 의미 있고 행복하지 않을까?
마더 데레사는 “나는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나는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단지 한 사람만”이라고 말씀하였다. 이제 우리 모두 단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교육시켜 철들게 할 수 있다면 훌륭한 아버지, 훌륭한 어머니,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다. 우선 먼저 나 자신을 제대로 철들게 할 수 있다면, 그래서 세상에서 항상 배울 수 있는 학생이 된다면 나는 이미 훌륭한 교사이다. 그 누구보다 소중한 나 자신에게!
토마스 머튼은 “나에게 있어서 성인이 된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한다. 철듦의 과정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배우는 과정이고 나 자신을 찾는 과정이자 성인이 되는 과정이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겪어야 봄에 은은한 향기를 뿜어낸다는 매화처럼 우리도 겨울의 매서운 추위, 동천에 새들도 날아가지 않는 적막함과 외로움을 견뎌내면서 봄이 오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을 때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또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과 수선화, 카네이션과 장미가 서로가 잘남을 다투지 않고 자신의 계절에 자신만의 향기와 개성을 뿜어내는 것처럼 아름다운 지구별에 태어난 우리가, 사계절이 뚜렷한 이곳에서 태어났음을 축복으로 여기면서 나만의 장점, 재능, 다중지능을 살려서 나만의 삶의 목적을 찾아서 작은 것 하나씩하나씩을 실천할 수 있다면 진정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제대로 철든 사람이 행복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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