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성과를 내려는 이들과 섣부른 제도화를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맞부딪힌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 즉 제도와 법은 필요하다. 교회 또한 동의한다. 하지만 섣부른 제도화는 ‘인간적인 죽음’을 지향하는 본래의 취지가 아닌, 소극적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 등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어 제도화가 악용될 소지가 큰 만큼, 우선 병원윤리위원회가 환자와 보호자의 의사를 참고해 연명치료 관련 사례들을 보다 전문적이고 양심적으로 다루게 할 것을 조언한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지난 주 내놓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관련 권고안은 환자가 의식이 없을 경우, 배우자와 부모, 자식 전원이 찬성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가족 대리 결정권을 인정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입법은 어디까지나 약자를 위한 정의에 더욱 무게를 두고 논의돼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가 먼저 시선을 돌려야할 곳은 말기환자들이 존엄한 죽음을 무의미한 연명치료 하기 이전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다. 당장 전문 호스피스 병동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이뤄 말기환자들을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를 먼저 제공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국적으로 1200여 명의 회복 불능 환자들이 중환자실에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삶을 정리하지도 못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쌓여 가쁜 숨을 내쉬는 말기환자들, 더군다나 말 못하는 말기환자 옆에서 돈 걱정에 한숨 쉬며 언쟁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관심가질 때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성숙한 양심을 갖출 수 있도록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힘을 모아야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