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가 연이어 경제적 인간보다는 인간적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간의 얼굴을 상실한 오늘날 세계 경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교황은 성령강림대축일인 19일 성 베드로 광장을 꽉 채운 20여만명의 순례자들 앞에서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추위와 굶주림에 죽은 노숙자와 아이들은 뉴스거리도 되지 않고, 투자한 돈이 손해를 보면 어쩔줄 몰라하는 현대인들의 정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이에 앞서 15일 외교관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오늘날 세계 경제 체제와 이념이 쇄신되어야 한다며, 인간이 자신을 쓰고 버리는 소비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인간이 오늘날 돈을 숭배하고 돈의 노예가 되었다고 비판하면서, 세계의 정치와 경제 지도자들이 “가난한 이들과 재화를 나누지 않는 것은 강도짓”이라고 한 교부의 말을 깊이 성찰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는 불평등과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사라져버린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교황의 이같은 강도 높은 비판과 쇄신의 촉구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교회 역시 가난해져야 한다는 교황의 지적에도 지지를 보낸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회는 오늘날 중산층화돼 가난한 이들의 자리가 교회 안에 없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다.
서울대교구 시노드후속문헌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는 이와 관련해 “갈수록 중산층화 되어가는 우리 교구의 현실 속에서 가난한 이들과 교회가 멀어져 가는 상황”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각종 조사와 연구에서도 이러한 중산층화 현상은 뚜렷하다. 그리고 향후에도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이 주목하는 문제의 해결책은 단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가난을 실천함으로써 모범을 보이고, 모든 사람들이 그 모범이 드러내는 그리스도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하는 것이 교황이 말하는 방법일 것이다.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대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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