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으로부터 원고를 요청받고 한참을 망설였다. 이기수 주간신부님을 만난 것은 서울에서였다. 나는 서울 국립국어원에서 북한이탈주민 교사 연수에 강사로 초청받아 ‘의사소통 자신 있어요’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선배 북한이탈주민으로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과정의 어려움을 상담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안내를 한지 4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적은 경험이나마 함께 나누고자 많은 실무자들 앞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나 역시 경험했듯이 북한이탈주민이라면 누구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에 정착한다. 정착 어려움을 해소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나의 경험을 강의내용에 담았다. 강의가 끝난 뒤 이 신부님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김 글로리아라는 세례명으로 소개를 하였다. 얼마 후, 신문 연재 요청을 받고 두려움이 컸으나 하느님께서 나를 도구로 사용하신다는 사명감에 용기를 내게 되었다.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는 ‘신앙’이다.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북한에는 신앙의 자유가 없다. 한국에 많은 신앙인들은 북한의 지하교회를 위해 헌금을 하고 중보기도를 한다. 하지만 북한에서 생활한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소띠, 양띠, 말띠와 같이 사주팔자를 보고 토정비결을 보다가 발각되어도 미신 행위로 엄한 질책과 경우에 따라서는 처벌을 받는 사회에서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일심단결을 호소하지만 내 속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로, 주변 사람들을 쉽게 믿고 속내를 보이면 당하기가 일쑤이다. 단편적인 예가 ‘생활총화(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이다. 10살부터 시작하여 숨이 다하는 날까지 일주일에 한 번은 생활총화라는 제도로 서로가 서로를 비판하고 단결을 와해하는 사회에서 과연 어떤 형태의 지하교회가 존재할까? 사실 나도 궁금하다.
탈북을 하여 중국에서 불법으로 체류하면서 어려울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보며 간절히 빌었다. “하느님 도와주세요” 나의 간절하고 애절한 기도에 응답해 천사들을 보내주신 듯 나는 한국행에 성공하였고 신부님과 수녀님을 접하면서 하느님을 알게 되고, 기독교와 천주교 등 다양한 종교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선택이 아닌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살아야만 했던 나의 삶이 탈출이라는 용기 있는 선택으로 자유 세상에 태어나 선택에 대한 책임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유의 땅에서!
허나 선택의 자유가 예외인 것이 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를 선택하고 태어날 수 없으며 국가 또한 선택하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고향이 북한이라는 이유로 인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굶주림에 못 이겨 고향을 등지고 탈북 한국행을 선택한 아홉 명의 청소년들이 라오스에서 북한의 고려항공 편으로 평양에 이송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목숨을 건 이들의 선택이 후회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역할을 찾아보는 것도 하느님을 믿는 우리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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