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의 교육 행보
얼마 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학교에 한부모 가정 자녀 자격으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을 통해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고 파문이 일었다.
이미 미디어에서 많이 언급되었으므로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그 다음 행보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들을 중학교를 자퇴시켰고, 중국 상하이에 있는 중학교로 보낼 것이라는 뉴스를 듣게 되었다. 자퇴 이후에 일본이나 미국으로 보내지 않겠냐는 사회 일각의 추측이 빗나가는 행보이다.
아마도 한국 파워엘리트의 행보 상 훗날 미국에서도 교육을 시키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일본보다는 중국에서 교육을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더 중요하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판 맹모삼천(孟母三遷)
중국어를 배우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다. 스페인 왕가에서 자녀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미국의 엘리트 집단에서 요즘에는 중국인을 유모로서 많이 고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뿐 아니라 서양의 엘리트들도 다가오는 세대는 중국어 구사 능력이 유용한 ‘문화적 자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엘리트 부모들이 자녀를 미래형 인재로 만들기 위해서 좋은 환경을 찾는다는 점은, 외형상 ‘맹모삼천’을 연상시킨다. 아마도 한국의 대부분 부모들 역시 이와 같은 열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형편상 이들처럼 좋은 과외를 시키거나 해외로 유학을 보내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자녀교육에 이토록 열렬한 관심과 열정을 이들 부모들은 도대체 어떤 가치관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즉 자녀들은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기를 내다보고 있는 것일까?
더불어 사는 인재양성
필자는 십 여년 전, 동티모르에서 난민관계 국제NGO에서 일을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동티모르는 유엔에 의한 신탁통치를 받고 있던 시기였기에, 필자는 그 기회를 통해서 유엔과 국제NGO의 체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관찰할 수 있었다.
이 관찰을 통해서 필자는 가치관과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식민지나 가난, 독재와 같이 약소국의 경험이 없는 이들이, 국제적인 기구를 통해서 약소국가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의 젊은이들의 새로운 가능성도 깨닫게 되었다.
약소국이었던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험이 있기에 이들이 국제사회에 진출했을 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부국과 빈국의 다리를 놓는 공헌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평소 필자는 젊은이들에게 국제사회의 인재가 될 것을 대비해 외국어, 특히 영어와 중국어를 습득하라고 권한다. 한국의 경우 지정학적 위치나 부존자원의 특성상 영어와 중국어 습득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일본어까지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떤 언어를 공부하고 어떤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느냐 하는 것보다 어떤 정신을 지닌 사람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언어든 지식이든 기술이든 이를 습득하는 것은 일종의 ‘권력’을 지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권력은 칼과 같아서 사람을 살리는데 쓰일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이는데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약자에 대한 존중, 인권이나 공동선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된 인재는,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되기보다는 자기이익만 추구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또한 이런 사람의 눈에는 약한 이의 처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기 쉽다. 마치 부자와 나자로의 이야기(루가 16,19-31)에 나오는 부자의 눈에 거지 나자로가 살아 생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약자를 짓밟으면서까지 자기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면 결국은 자기 역량을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하는 살인병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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