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근무를 시작하며 인터넷을 켜니 포털 사이트 뉴스 항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되기를 원치 않았다’”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읽어보니,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등 유럽지역 예수회 학교 학생들과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 밝힌 조크가 보도된 것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리에서 또 “사제가 되기로 한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으며 내면적으로 암흑의 시기를 겪기도 했다”면서 사제성소를 결심하기까지의 어려웠던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고 한다.
‘교황이 되기를 원치 않았다’는 농담은 12억을 넘는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 자리가 어렵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 아닐까 싶다. 헌데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선출 후 “교황으로 뽑히지 않도록 기도했으나 하느님이 (이번에는)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다”고 말했지 않았던가.
순간 최근 개봉했던 난니 모레띠 감독의 이태리 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교황이라는 막중한 자리보다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멜빌 추기경의 진실한 고백이 드러났었다. ‘소명’과 ‘소망’ 사이에서 번민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갈등의 자리였다.
이 기사 외에도 교황과 관련된 다른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 교구장 재임 당시 랍비 학자와 나눈 대담집을 한 출판사에서 출간한 내용이었는데, 이를 두고 교황 프란치스코가 올 여름 출판 업계에 ‘빅 타이틀’(굵직한 책)의 다크호스가 될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었다.
업무상 외신을 통해 자주 교황 프란치스코의 근황을 접하는 바이지만, 이 같은 기사들과 관련해서 좀 더 교황에 대해 알아보고픈 마음이 일었다.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가 교황 트위터에 접속하게 됐다. 소비주의 환경 생명 인간애 등을 주제로 매일 매일 교황의 단상(斷想)이 올려지는 트위터에는 260만에 가까운 전 세계 팔로워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그만큼 취임 일성에서부터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고 스스로 가난해야 한다”고 천명하면서, 그 자신부터 몸으로 겸손하고 낮은 자의 태도를 보이는 교황의 모습은 신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 ‘이슈’를 던져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교황은 예수회 학교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예수를 사랑하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사제가 되는 것이 어려운 결의였지만 예수님을 사랑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교황이 되기 원치 않았지만, 12억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앞에 선 것도 아마 그러한 예수님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제 성화의 날이었던 지난 7일, 전국의 사제들이 교구별로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 도보순례도 하고, 피정 형식의 모임도 하면서 사제성화의 날이 주는 의미를 고양시켰다. 그들 역시 예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스승 예수를 따라 그 삶을 살기 위해 전 생애를 봉헌하는 결심을 했을 것이다.
세속 안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평신도들도 마찬가지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이유 때문에 매일의 지치고 힘든 삶의 여정 속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다짐하고 자신을 낮춘 예수님 마리아 요셉을 따라가는 것일 게다. 일상에서 가톨릭 신자로서의 ‘소명’과 인간적 ‘소망’ 사이에 흔들릴 때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예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신앙을 고백했던 ‘첫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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