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짝의 몸에서 저 닮기도 하고 아주 딴 판이기도 한 아이를 셋이나 낳고 제 말마따나 이젠 많이 아저씨인 내 큰 아들. 맘 약하고 간 작아서 놀라기도 잘하고 겁도 잘 먹더니. ‘일등했구나!’ 흥분하는 어미를 ‘잘하는 애가 결석해서 그래’ 눈 둥그레 쳐다보더니. 목소리 좋아 노래 잘하는데 휘파람만 불더니. ‘얘기 좀 하자, 얘기!’ 악쓰면 ‘지구의 사람들하고 다 끝나고, 그 담에!’ 핑 돌아서더니. 여름 내내 틀어박혀 북만 두들겨 대더니. 그렇게 아이, 소년을 지나 배낭 메고 떠돌던 청년도 지나고 아들은 이제 돈은 영 안 되는 음악 만드는 사람이 되어 있다.
자기가 만든 음악을 사람들이 듣고 행복하면 좋겠다나. 그러면서 만들고 있는데, 십년 넘게 그러고 있는데. 멀리 살아 2년에 한번쯤 겨우 보는 아들. 가끔 전화로 “그래 돈은 좀 만드니?”하면, “업 엔 다운” 그런다. 되다 말다 한단 말이니 시원찮단 소리다. 장가가던 날, 시야의 4분의 3이 하늘인 야외식장, 키 큰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걸어 나오는데, 어찌나 조그만 아이 같던지, 가슴 패이게 아팠는데. “널 보면 가슴 아파” 그러면, “왜, 왜, 듣기 싫어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러며 대든다. 아마 있는 대로 자존심이 상하나보다. 아니면 가슴 아플 만한 일은 전혀 없거나.
15시간의 진통. 으-소리 한번 안 내고 웅크린 채 꼼짝 않고 견딘. ‘앗따, 산모가 생긴 것 보다 독하네’ 칭찬인지 야단인지 난리들인데 그렇게 느릿느릿 세상에 나온 아들. 그래선 가, 어미 보다 느긋하다. 못하고 생략되는 것들도, 겨울참새 꼴인 제 처지도 다 괜찮다나. 하긴, 괜찮지. 안 불편하면. 안 속상하면. 근데 아들, 정말 괜찮아야 하는 것 하나. 외상도, 에누리도 어림없는. ‘떨리는 마음’으로 살필 일 하나. 하느님께 셈 해 바치는 일. 생의 끝 날에 하는 결산. 그러므로 아들, 그분께 늘 이렇게 여쭈어라. “하느님, 저 괜찮습니까? 당신 보시기 괜찮으십니까?” 거기에 어미가 이렇게 덧붙이마. “하느님, 중간결재 자주 챙기시고요 안 괜찮으면 많이 혼 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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