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가 14일 관내 북한이탈주민들의 자립과 정착을 돕기 위한 ‘남동겨레하나센터’를 개관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새터민을 위한 공공시설을 설립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운영은 모범적으로 새터민 지원 활동을 해 온 인천교구 새터민지원센터가 맡았다.
축복식을 주례한 정신철 주교는 “새터민들과 더불어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신철 주교의 말을 듣고 떠오르는 일화가 있었다.
고 육영수 여사가 어느 해 어린이 날에 전국의 섬과 산간, 농촌 오지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어린이들은 무척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앞에 섰을 것이다. 어린이들 앞에는 고급스런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깎인 사과가 접시에 담겨 있었다. 어린이들은 사과를 먹으라는 ‘안내’를 받고도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사과를 집어 들지 않았다. 웃음이 넘쳐야 할 행사장이 어색해졌다.
그 순간 육 여사가 청와대 직원을 불러 귀엣말로 무엇인가를 말했고 직원들이 껍질을 까지 않은 사과를 접시에 담아 가져왔다. 그제서야 어린이들은 사과 한 개씩을 집어 들고 아삭아삭 맛있게 베먹기 시작했다.
1960~70년대 가난하던 시절, 오지에 살던 어린이들이 예쁘고 보기 좋게 잘라 놓은 사과를 먹어 본 적이 없을 거란 사실을 육 여사가 금세 눈치채고 ‘배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육 여사의 아름다운 배려가 남동겨레하나센터 개관식에서 불현듯 생각난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배려의 정신을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갑을문화’ 역시 배려 문화의 실종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를 찾았던 어린이들이 육 여사가 보여준 배려를 평생 잊을 수 있을까? 남한사회가 외국이나 마찬가지로 낯설게 느껴질 새터민들에게 신자들과 시민들이 작은 배려와 친절만 보여줘도 새터민들은 한국교회와 사회의 건실한 일원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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