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TV 채널에서 조선시대 장애인들을 다룬 역사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지켜본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왕들은 장애인들을 위해 다양한 복지를 실시했고 장애인들에게는 각종 부역과 잡역을 면제하고 장애인을 정성껏 돌보는 이들은 표창제도를 실시했다. 반면 장애인을 학대하는 자에게는 가중 처벌을 내렸다. 특히 장애인의 자립을 중요하게 여겨서 장애인을 위한 전문적 일자리를 만들었고 신분에 관계없이 능력위주로 채용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명통시’라는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한 정부의 방침 결과 장애를 가진 많은 이들이 관직에 올라 역사속의 인물이 되었다. 결국 조선시대 장애인들은 사회와 공동체 안에서 단지 몸이 불편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사회 제반 여건이 충분치 않은 요즘 한국의 상황서 볼 때 무언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조선 초 대표적인 음악가 난계 박연이 세종 13년에 했던 말이 자막에 등장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옛날의 제왕은 모두 시각장애인에게 현송(거문고를 타며 시를 읊음)의 임무를 맡겼으니 이는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21세기의 헬렌켈러라고 불리는 키릴 엑셀로드 신부가 지난 주말 방한, 한국 신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지며 교회내외에 ‘장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 일으켰다. 역사상 초유의 시청각 장애인 가톨릭 사제인 그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몸으로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사목을 펼치며 하느님과 믿음 안에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물이다.
그가 강조한 것은 ‘자신이 볼 수 없다는 것’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여긴다는 것이었다. 키릴 신부는 다른 사람들에게 장애인이 세상에 공헌하는 바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장애’의 특별함을 이야기 했다.
요한복음 9장 2~3절에서 나오는, 태어날 때부터 보지 못했던 한 시각 장애인에 대한 예수님 말씀이 생각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제자들은 그 장애인이 날 때부터 보지 못하는 이유가 ‘누구의 죄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의 대답은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라고 하셨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 사회의 등록 장애인 수는 250만명이 넘는 다고 한다.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그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 중 열에 아홉은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후천석 장애인이라는 진단이다.
‘장애’는 무조건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바뀌어져야 하고 또 그만큼 ‘장애’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달라져야 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님비현상’(NIMBY, Not In My BackYard: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이 눈에 띌 만큼 한국 사회 안에서 장애인들이 지니는 위치는 한정돼 있고 서구에 비해 배려도 부족한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사람’으로 이해하는 장애인에 대한 시선일 것이다. 다만 그들은 우리보다 몸이 조금 아플 뿐이고, 우리는 그들보다 좀 덜 아픈 것 뿐이다. 헬렌 켈러는 “나는 눈과 귀와 혀를 빼앗겼지만, 내 영혼을 잃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또 “장애는 불편하다. 하지만 불행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남겼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자처하는 신앙인들이 먼저 그 의미를 염두에 두어야 할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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