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남북한 전쟁으로 많은 아픔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어릴 적 나는 6.25전쟁이 북침(北侵)이라고 배웠다. 한국에 입국하고 나서 남침(南侵)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60여 년 간의 분단으로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서 교육받고 살아온 나로서는 한국사회에 적응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다. 교육의 차이도 있었지만 음식문화와 생활양식, 특히 서투른 말투와 표현방법, 특유의 억양으로 외출하거나 일터에서 대화하기가 꺼려지곤 했다.
한국에는 일용직, 상용직, 계약직, 정규직 등 채용형태가 다양하다. 어느 날 문서 내용 중 신용직이라는 단어를 보며 나는 ‘아~ 내가 몰랐던 ‘신용직’도 있구나 그럼 ‘불량직’도 있을까?‘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동료에게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하하하 그 신용직은 사람이름입니다”였다. 나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혼자만 알고 있었을 걸~
사실 나는 공개된 내용보다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 훨씬 많다. 익숙하지 않은 전화사용으로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여보세요’가 아닌 ‘계십니까’로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한 적도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깨닫고 해결했으나 그 과정을 극복하기까지 나의 노력은 지금도 끊임없다. 일상 속에 이어지는 대화에서 우리는 외래어와 한자어 등 편하게 사용하는 일상용어들이지만 북한이탈주민에게는 새롭기만 하다. 특히 외래어를 배우고 사용할 때마다 정체성에 대해 고민 해 본다.
북한에는 90년대 초반까지는 영어보다는 러시아어가 유행이었다. 그 이후로 전부 영어수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러시아어가 많이 남아있다. 현재는 중국과의 거래가 왕래가 잦아지면서 중국어가 유행하고 있다.
북한시장에는 중국의 생필품이 대부분이다. 원자재를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에 수출하고 완제품을 수입품으로 들어와 시장에 유통한다. 하지만 북한시장에서 인기품목은 ‘아래동네’ 물품이다. ‘아래동네’는 북한에서 남조선을 지칭하는 속어이다.
나는 두만강을 국경으로 둔 연선지역에서 살았다. 저녁이면 강 너머 오색등이 찬란하고 내가 사는 곳에는 암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하고 있다. 물, 불, 쌀 ‘ㄹ’받침이 들어가는 물건은 모두가 귀했다. 경제난을 겪는 많은 이들이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살길을 찾아 두만강을 넘었다. 국내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 2만5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의 70% 이상이 눈물의 도망강을 거쳐 중국을 경유하여 몽골, 태국, 라오스 등 삼 개국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다. 이런 슬픔을 예언이나 한 듯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눈물 젖은 두만강’이 ‘눈물 젖은 도망강’이 되어 많은 이산가족을 만들어 냈다.
6.25전쟁 이후 얼마나 많은 이산가족이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분단의 아픔으로 지금은 탈북 이산가족이 늘고 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산가족을 만들어 낼까 마음이 아프다.
반세기 넘게 진행되어온 이 분단의 아픔을 해결하고 싶다. 통일은 결과가 아니다. 지금도 통일을 향한 과정 중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치지 않고 민족·화해·일치의 통일대열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여 좋은 결과가 앞당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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