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제공 데이터를 모두 사용하였습니다.’
월말을 아직 며칠 남겨놓은 어느 날 받은 이 문자에 깜짝 놀라 서둘러 데이터네트워크를 차단했다. 도대체 언제 이 많은 데이터를 사용한 것일까.
기자는 원래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월 100MB만으로도 큰 불편 없이 인터넷을 이용했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그 100배에 달하는 10GB를 넘게 사용하고 만 것이다.
이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에 결함이 많아 새 휴대전화로 바꾸면서 3달간 의무적으로 높은 요금제를 이용하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큰 폭으로 늘어나자 데이터 사용량에 관심을 두지 않고 양껏 쓰다 못해 지나치게 사용한 것이다.
해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즈음이면 어김없이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을 듣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 소식에는 추가로 원전 23기 중 10기가 가동 정지되면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예상을 크게 웃도는 전력소비증가율은 더 이상 무심코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낮은 전기요금 정책이 전력수요를 부추긴다고 설명한다. 마치 무료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 100배 이상 데이터를 사용한 기자의 모습 같다. 같은 무관심이지만 에너지 과소비는 고작 ‘데이터요금 폭탄’에 그치지 않고 재앙을 부른다. 무관심이 에너지 과소비로 이어지고 에너지 과소비는 결과적으로 지구 생태계를 위협한다. 결국 그 화살을 맞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탈원전, 탈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탈원전은 대체에너지와 에너지절약이 전제돼야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느님이 주신 양식인 만나도 ‘자기가 먹을 만큼’만 거두어야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남용해온 에너지를 이제는 정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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