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세상 떠난 이 영혼 보소서. 주님을 믿고 살아온 그 보람 주소서” 고별식도 끝난 장례미사, 이미 육을 버린 고인의 혼이 이제 이승을 영영 떠난다. 성당문을 나서는 그 마지막 뒷모습에 보내는 성가 520번.
고별식에서, ‘천사들이여 이 영혼을 맞아 들여 주소서. 주여, 이 영혼을 받아 주소서’라고 다급하게 간절하게 빌며 찡하던 마음은 성가 520번 일절의 ‘주님의 품에 받아 위로해 주소서’라는 이 마지막 구절에 와서는 조금 누그러진다. 육신 떠난 혼, 주님이 어련히 돌보실테니. ‘미풍 속에서 속삭여’주신 적도, 짠! 하고 나타나 주신 적도 없는데, 애오라지 당신만을 믿어온 기특한 양의 혼, 주님이 다독여 거두어 주실 테니. 그런 생각으로 잠시 태평스러워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2절의 ‘세상의 온갖 수고 생각해 주소서’에 오면 목이 조이며 소리가 후들거린다. 이러다간 삑사리가 나고야 말지 불안한데, ‘세상의 온갖 수고 생각해 주소서’는 단조의 간절한 멜로디로 한 번 더 되풀이 된다.
사람이 주님께 드리는 말씀 중, 이 보다 더 절절하고 가슴 아픈 말이 또 있을까. 더 큰 집, 더 좋은 차, 그런 것 때문이 결코 아니었다고. 사람이면 이 정도는 하는 거라 해서. 남보다 더는 못해도 그만큼은 하느라고. 여기 됐다 싶으면 저기가 또 터져서 허둥지둥 하다 보니 숨 돌릴 새도 별로 없었다고. 그래도 ‘천국을 지금부터 살라는 게 무슨 말일까’ 그런 고민도 가끔은 했다고. 그리고 또 겁도 나고 걱정도 되어서 십자성호 그으며 ‘주님 보시기 저 어떻습니까?’하며 주님 눈치도 자주 봤다고. 그러니 ‘이웃을 사랑하랬지!’ 야단치지 마시고 제발 세상의 온갖 수고를 불쌍히 생각해 주십사고. 죽은 자기는 차마 말 못하고, 우리가 대신 말씀드리는 거다.
땟물 흐르고 허이허이 허리 휘어 당신 앞에 서 있는 우릴 보시면 착한 예수님이 오죽 짠해 하실까. “수고했다. 수고했어. 얘기는 나중에. 먼저 좀 쉬어라” 그러실 것 같다. 아직 살아있는 우리, 느헤미야의 기도를 같이 바치자. “주님 제가 한 모든 일을 좋게 기억해 주십시오” 주님 들으시게 목소리 높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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