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동부 작은 도시 ‘마콩’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떼제’(Taize) 공동체는 1940년 스위스 출신 로제(1915~2005) 수사에 의해 시작된 곳이다.
이곳 떼제의 형제들은 평생 영적·물적 재산을 공유하며 독신 생활과 단순하며 소박한 삶에 투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세 차례 드리는 공동 기도가 떼제 생활의 중심이며, 매주 이곳에서 열리는 청년 모임에는 수천 명이 참가해 기도와 성찰, 나눔을 한다.
떼제는 전 세계에서 연간 10만 여 명의 젊은이가 모여드는 곳으로 눈길을 모은다. 매 주간 마다 2000여 명의 젊은이들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휴가철·방학철이 되는 하절기에는 평균 하루 6000여 명이 몰려든단다. 대개 20~30대 나이들이다.
떼제가 전 세계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모으는 배경에는 떼제 공동체가 처음 생겨났던 당시 상황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학생과 근로자들이 일으킨 사회변혁운동이 만연했을 때 젊은층들은 신앙 문제에 있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이때 로제 수사는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교회에 비판적인 젊은이들에게도 공간을 내주었다고 한다. 그것이 공동체 시작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공동체에서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수사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세 번 기도와 노동을 하는 단순한 생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를 찾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교회에서 멀어져 가는 젊은이들의 현실이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라고 할 때 이러한 풍경은 낯설다. 이유를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
‘떼제로 가는 길’이라는 책에서는 그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다소 해소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떼제에서 만난 여러 젊은이들에게 “왜 떼제를 찾았는가” 물었다. 대다수 젊은이들이 “받아들여진다”는 느낌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종교적 환경에서 교파와 인종 출신에 관계없이 ‘환영과 용납’을 받는 경험이 ‘처음’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젊은이들은 공동체 수사들의 자신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 자진해서 규칙을 지고 봉사와 노동을 하면서 자유를 느끼는 점이 떼제가 지닌 매력임을 드러냈다고 했다.
최근 미국의 한 신문에서는 ‘무엇이 젊은이들을 교회로부터 떠나게 하는가’ 라는 설문 분석 내용을 실었다. 냉담 중인 미국 대학생들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이었는데 결과는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전형적인 답변이 아니었다. 세속주의 상대주의 등 사회 안의 시류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보다 진정한 신앙의 갈증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답이 많았다는 것이다. 교회가 전하는 사명과 메시지가 불분명하고, 삶에서 부딪히는 질문들에는 피상적인 답만을 준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신문에서는 “결국 젊은이들은 ‘신앙’을 원하는데 교회에서는 ‘재미’만 주려 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견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 학생의 말을 인용했다.
“당신이 정말 믿는다면, 교회는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고, 다른 이들의 삶도 바꾸고 싶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난 그러한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다”.
미국 젊은이들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한국교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다. 떼제를 찾는 젊은이들의 생각 속에서도 교회 당국과 기성세대 신자들이 어떻게 청년들의 신앙 문제에 다다가야 할지 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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