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에서는 1993년부터 매년 6월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달로 정하여 전 교구가 함께 기도하고 있다. 올해는 정전 6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이기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에서는 각 교구 민화위 위원장 신부님들과 함께 논의하여 6월 특별 계획 몇 가지를 주교회의 춘계총회에 상정하였고, 총회에서 결정된 것 중 특별한 것이 고리기도 봉헌과 DMZ 평화의 길이다. 그중 필자는 6월 한 달 동안 전 교구가 함께 기도를 바친 우리의 마음과 노력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싶다.
고리기도는 6월 1일부터 30일까지 서울대교구를 시작으로 수원-인천-대전-청주-전주-광주-제주교구를 거쳐 마산-부산-대구-안동-의정부(참회와 속죄의 성당 봉헌식 관계로 기도 날짜 이동)-춘천-원주교구 등 남한 교구를 한 바퀴 돌며 각 교구가 이틀씩 한반도 주변 정세, 북한의 정치・경제・문화, 북한 복음화, 남북 위정자, 북한이탈주민, 우리 자신에 대한 지향으로 기도하였다. 기도는 각 교구 민화위를 중심으로 교구가 지정한 성당에서 성시간, 미사, 묵주기도, 음악피정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여러 수도회도 함께 동참하였다. 각 교구에서는 고리기도 모습을 담은 사진을 주교회의 민화위로 보내 주었는데 필자는 사진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교구로 보낸 한반도 성모자화 액자를 제단 앞에 놓고 모여 앉은 신자들의 모습, 교구에서 몇 가지 소임을 겸하면서도 북한에 하루빨리 생명과 평화, 사랑의 온기가 퍼져가기를 바라는 민화위 신부님들의 애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우리의 고리기도를 어떻게 보셨을까? 고리기도를 바치는 성당 대부분이 비록 신자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각 교구에서는 충실히 기도를 함께 받쳐 주셨다. 각 교구는 15개의 고리가 되었고, 같은 지향으로 한 달 동안 함께 기도한 군종교구는 그 고리를 잇는 끈이었다.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남과 북이 하나 되기를,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하기를 바라시는 주님께서는 우리의 고리기도 그 안에 함께 하셨다고 믿는다.
예수님께서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 19-20) 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일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어떤 일보다 주님이 주시는 지혜가 필요하며, 그분의 뜻을 알아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주님께서는 왜 남과 북의 분단 상태를 계속 이렇게 두실까? 언제나 이 한반도에 평화의 꽃이 피게 하실까? 우리가 어떤 준비하기를 바라실까? 정전 60주년의 고리기도는 지금 이 시간에도 남과 북을 구원의 길로 이끄시는 주님께 더 마음을 모아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이제 6월이 지나 새달이 되어 교회의 공식적인 고리기도는 끝났지만 그 마음과 정성이 담긴 일상의 고리기도는 곳곳에서 계속 되리라 희망해본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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