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 있으면 ‘DMZ 평화의 길’을 떠나게 된다. ‘DMZ 평화의 길’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정전 60주년인 올해, 한반도에 하루빨리 평화가 도래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마련한 특별행사로, 분단 1, 2, 3세대가 함께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6박 7일의 일정으로 고양-파주-연천-철원-화천-양구-고성지역의 남과 북을 가르는 분단의 그 생생한 현장에서 자전거와 도보, 버스 등을 이용하여 평화-생태-역사를 체험하는 캠프이다.
평화의 길은 춘계주교회의 정기총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지난 3월 중순부터 준비되었다. 지금까지 약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10여 명의 기획위원들은 낮에는 자신들의 생업에, 퇴근 후에는 평화의 길을 위해 주님께 받은 다양한 달란트를 기꺼이 나누어 주셨다.
그 결과 12개 교구에서 신청한 160여 명의 참가자와 48명의 스텝 등 200여 명이 평화의 길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DMZ 행사의 특이한 것은 10대부터 60대까지 각 계층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DMZ 관련 행사가 많이 있었는데 대상은 주로 청소년이나 청년이었으며 각 세대가 어우러진 행사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참가 대상을 선정할 때, 주교회의 민화위 위원장 이기헌 주교님은 가족의 참여를 특별히 강조하셨다. 부모와 자녀 세대가 평소에도 함께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평화의 시작은 가장 기초가 되는 가족 구성원들에게서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 식구들, 외국인도 함께 하며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몸으로 느끼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는 것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얼마 전 참가자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위해 평화의 길 카페(cafe.naver.com/roadtopeace)를 개설했다.
카페는 그야말로 북적북적! 참가자들이 일정과 코스를 확인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 되고 있다. 많은 참가자가 큰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는 평화의 길. 그들은 무더위의 절정 속에 DMZ으로 휴가지를 골랐으며, 우리끼리의 오붓함, 편안함을 던져 버리고 처음 만나는 낯선 이들과 함께 하며, 매일 숙영지가 바뀌는 불편함을 기꺼이 선택하였다. 그런가 하면 어떤 부모님은 힘든 일정 속에 고생도 좀 해야 한다며 자녀를 보내신 분도 계셨다. 참가자들은 이 여름에 다른 의미 있는 일도 더 많았겠지만 한반도 평화의 길을 선택하였다. 사실 분단 이후 세대가 더 많아지고 남과 북이 왜 꼭 통일을 해야 하는지? 오히려 반문하며 그냥 이대로 사는 것이 더 낫지 않냐?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현실에서 우리 교회는 이번 행사를 통해 분단은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이 아님을, 하루빨리 남과 북이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증언할 것이다.
참가자들은 6박 7일 일정이 끝나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서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며 평화의 도구가 될 것이다. 평화는 결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며, 내가 우리가 좀 더 참고 이해하고 견디어 내는 사랑이 실천될 때 찾아오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이 DMZ 평화의 길을 통해 더 큰 사랑에로 우리를 초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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