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나는 혜화동에 있는 교리신학원을 3년이나 다녔었다. 애초에 그 곳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딴따라’인 내가 신학원 학생이 된 데에는 일련의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유가 있었다.
사람만 보면 거길 가라고 못살게 구는 친구가 있었다. 아무나 붙잡고 들볶아 대는 일은 그녀에게 거의 소명 수준의 취미였는데 그 해 가을은 하필 내가 그녀의 봉이었다. 그러나 연극 멕베스의 마녀 역을 맡아 한참 연습 삼매경이던 내게 신학원 운운은 귀 근처도 안 오는 뚱딴지 잠꼬대였다. 그녀가 소리를 꽥 질렀다. “가톨릭 신자가 왜 마녀 역을 해?” 하도 유치해서 웃음도 안 났는데, 다음 날 아침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연습실 가기가 싫어진 거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두 달 동안 지각, 결석 한번 않고 온 몸 던져왔는데. 내가 왜 이러는지 황당했다. 죽기만치 싫은 걸음으로 겨우 갔더니 극장 측의 사고로 공연이 무기한 연기되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팀은 해체될 예정이었다. 머리가 뜨끈뜨끈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꿈을 꾸었다. 검은 비닐을 뒤집어 써 누군지 얼굴 모를 키 작은 여자 둘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두 여자는 인지를 빳빳하게 펴서 내 이마를 툭 미는 것으로 간단하게 날 때려눕히고는 내 가슴팍에 올라타고 앉았다. 그리고는 하얀 작은 가위로 내 오른쪽 귀를 세게 잡아 당겨 자르기 시작했다. 가위는 아주 잘 들어서 귀는 삭둑삭둑 연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두 여자는 빨간 피가 테를 두른 내 귀를 “말도 안 들리는 귀때기 두 개나 달고 있으면 뭐 하네” 그러면서 얼굴에 탁 던졌다. 나는 헉하고 일어났다. 오른쪽 귀가 너무 아파 눈물이 찔끔 났고 겁나서 차마 만져볼 수도 없었다. 아직 붙어있는 왼쪽 귀를 꽉 잡고 사정사정 했다. “갈게요, 가요, 가면 될 거 아녜요!” 당장이라도 두 여자가 다시 나타나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이 왼쪽 귀때기, 마저 자르자우”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신학원에 간 사람은 그 학교 50여년 역사에 나밖에 없을게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이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뭐가 뭔지는 몰랐어도 그 안에서 참 행복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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