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자들의 선익을 위해 주교들이 한데 모인 회합인 주교회의에는 주교회의 총회 또는 주교위원회가 위임하는 업무를 수행하거나 교회 각 분야의 제반 문제를 연구 보고하는 소임을 맡은 전국위원회라는 조직이 있다.
20여개 이르는 주교회의 전국위원회는 주로 전 교회적인 관심사가 되는 사안이나 교회 차원에서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사목 영역에서 한국 교회를 대신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밀양 765kv 고압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문제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문제 등에서 교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대표적인 전국위원회다.
교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교회의 전국위원회의 모습을 보면 현재 교회가 견지하고 있는 입장이나 교회적 가르침, 앞으로 교회가 걸어갈 방향 등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최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사형제도에 대한 세 번째 헌법소원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1996년 11월과 2010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헌법소원에서는 사형제도에 대한 합헌 목소리가 커서 교회가 역점을 둬온 사형제도폐지 주장이 세속의 흐름에 번번이 묻혀버리곤 했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일부 신자들은 교회가 지나치게 세속에 간여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회가 세속의 일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는 논지를 펼치기도 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교회는 예수님께서 교회를 세우신 이래 일관되게 생명은 하느님께 속한 것이며, 그래서 그 누구도 함부로 생명을 침해할 권리가 없음을 가르쳐오고 있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는 여전히 이런 가르침과 거리가 먼 듯하다. 신자들조차 세상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놓는다.
‘오해는 악을 낳고 편견을 그것을 키운다’고 했다. 교회의 헌법소원 추진을 계기로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태 9, 13)는 주님의 말씀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