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미사 독서에서 창세기의 요셉 이야기를 들었다. 요셉의 이야기는 들을 때 마다, 읽을 때 마다 가슴을 울리고 감동하게 된다. 아버지의 극진한 사랑을 독차지하던 요셉, 배다른 형제이기는 하나 형들에게 옷벗김을 당했고 구덩이에 던져졌으며 형제들은 그를 물건처럼 팔아 버리기까지 하였다. 낯선 고장과 사람들 틈에 살면서 오해와 누명 속에 수감 생활까지 했던 요셉, 그러던 그가 이집트에서 파라오 다음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급기야 세상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엄청난 권한을 지닌 사람이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주님께서 요셉과 함께 계셨다”(창세 39, 2-3)는 짧은 구절에 담긴 하느님의 보호와 손길을 바라볼 뿐이다. 요셉 삶의 굽이굽이를 따라가며 ‘형들의 눈앞에서 팔려가던 요셉은 마음이 어떠했을까?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얼마나 형들이 원망스러웠을까? 자신을 가장 사랑해준 아버지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통하는 그 울타리로 얼마나 가고 싶었을까? 어느 순간 모든 것에서 끊겨 홀로 서야했던 그 힘겨운 삶 속에서 요셉은 인간적으로 얼마나 비참함을 느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을 통해 요셉의 미래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 결말을 잘 알고 있기에 다음을 고백을 하게 된다. 하느님은 요셉이 비참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그런 힘든 시간들을 견딜 수 있게 해주셨고, 급기야 파라오 다음의 권세와 능력을 지닌 사람이 되게 하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팔아버렸던 형들을 만나고, 아버지를 만난다.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도 마십시오.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중략) 형님들은 나에게 악을 꾸몄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창세 45, 4-550, 17)
요셉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필자는 북한이탈주민들의 현재와 미래를 보게 된다. 비록 그들이 남한사회에 와서 많이 혼란스럽고 몸도 마음도 힘겹게 살아가며 때로는 우리들을 실망스럽게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때는 그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만큼 힘든 때도 있으나 그들의 오늘은 하느님의 허락하심 속에 있다고 믿는다. 그들 중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이 아직은 많아도 그들을 사랑 깊은 눈길로 바라보시는 하느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하신다고 믿는다. 북한이탈주민들이나 그들과 함께 사는 우리도 비록 지금은 알아듣지 못하나 북한이탈주민들은 분명 그 가족들을 그리고 북한 형제자매들을 자유와 평화 나아가 구원의 길로 이끄는 시간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요셉이 형들에게 용서라는 멋진 복수를 선사한 것처럼 북한이탈주민들도 북한 정치인들에게, 여러 형태로 상처를 준 모든 이들에게 멋지게 복수하는 또 다른 요셉으로 살아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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