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이 난장판이 됐다.
난데없이 인터뷰 장에 난입한 이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들의 발언을 무조건적으로 막았다. 강제 입막음을 당한 이들은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들이었고, 강제로 입을 막은 이들은 낙태를 찬성하는 의사들이었다. 게다가 그 장소는 세계여의사회가 나름의 권위를 갖고 연 ‘국제’ 학술대회장이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취재 방해’ 행위, 그야말로 ‘어이상실’의 순간이었다. 그날 인터뷰는 대회장 복도에서 계속 진행했다. 또 이들의 주제발표는 ‘진오비’가 별도로 마련한 특별강연회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에 앞서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예정된 세션이 돌연 취소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발했었다. 대회당일, 세계여의사회 일부 임원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발제자를 초청해 구성한 ‘임신과 낙태’ 세션들을 강제 취소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발제자들이 현재 미국에서 낙태 반대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전문의들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세션에 반대하고 나선 일부 위원들은 낙태를 찬성하는 프로초이스 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언론에는 해당 세션이 여성의 권리를 저해하는 내용이고, 학술적인 가치가 낮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하며 정당한 취소였다고 밝혔다.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여성을 위한 일이 아닌가?
세 명의 프로라이프 성향 의사들이 발표할 내용들은 의과학적 낙태와 모성사망율, 조산, 암 발생, 정신적 후유증 등에 관한 의·과학적인 연구 결과 발표였다. 대부분은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들 뿐 아니라 찬성하는 의사들도 인정하는 부작용들이다.
문제점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신체적, 정신적 낙태 부작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여성들은 정작 정확한 정보를 알 지 못한다. 문제점을 이야기해야할 의무를 지닌 의료진 대다수가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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