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처음 평양에 갔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방북 기억 중 하나는 어느 날 그 유명한 옥류관 냉면을 먹으러 가는 길에 만난 한 평양 여성의 표정이다.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대표 신부님들과 남녀장상연합회 사무국장 수사님과 수녀님이 함께 방북했었는데, 필자를 포함하여 수도복을 입은 세 명의 남녀 수도자는 일행보다는 몇 발자국 뒤에서 담소를 나누며 걸어갔다. 그때 우리 곁을 지나가는 한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금테안경을 쓴 그 여성은 양산을 들고 있었는데 우리를 쳐다보며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있었다. 필자는 그 순간에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고 돌아와 인화를 해보니 그 여성의 표정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 여성의 놀라는 표정이 재미있다.
그런가 하면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난 이들은 필자에게 “어느 간호사 협회에서 나오셨습니까?”라고 물으며 궁금해 했다. “저는 간호사가 아니고 천주교 수녀예요”라고 말했으나 위아래로 훑어보며 이상해하던 그 표정도 기억에 남는다. 그들이 비록 특이한 복장의 사람들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으나 자신들이 처음 만난 사람들, 이상한 세계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필자는 정말 기뻤다.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게 되면 평양에서 만났던 그 여성이나 공항에서 만난 이들과 결코 다르지 않은 표정을 발견하게 된다. 검정색 동복 수도복을 입을 때는 북한이탈주민들의 표정이 더욱 경직됨을 보게 된다. 몇 주 전 조사기관에서 만난 한 여성도 필자를 보자 역시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지요?”하며 가까이 다가가니 얼굴이 빨개지며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남한사회에 온 북한이탈주민들은 조사기관과 하나원에서 사제나 수도자를 처음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 매우 낯설어하며 이상한 사람들로 생각하지만 자주 만나게 되면 편안해한다.
수단이나 수도복 등 치마 입은 남자와 머리에 뭔가를 쓴 사람들이 누구인지 평양은 물론 북한 주민 대부분은 알지 못한다. 요즘은 남한사회에서 천주교 신자일지라도 수도자들을 접하는 경우가 드물기도 하여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어린이들을 만날 때도 있다. 언젠가 북한 땅에 자유롭게 복음을 선포하게 되는 그날이 오면 북한 형제자매들은 종교인들을 어떻게 볼까? 천주교에 대해 설명할 때 “우리는 신경환자(정신병자)가 아닙니다”라고 웃으며 말을 하지만 그들은 종교인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어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서 본 영화 <붉은 단풍잎>에 나오는 인물, 공의회 이전 복장을 한 여성 수도자가 미국의 간첩역할을 하는데 그때 본 그 사람이 생각난다고도 한다.
북한 형제자매들은 종교가 무엇인지 모르며, 종교인은 미 제국주의와 결탁한 아주 위험한 사람들로 배우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절박한 상황에서 “아이고 하느님 살려 주십시오”라고 간절히 바라며 애원한다. 그것이 기도인지도 모른 채….
북한 복음화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눈에 보이지 않으나 살아계신 하느님의 존재를 그들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이 되신 예수님은 그 답을 알고 계실 것 같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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